구거 1평을 낙찰받아 우렁농장을 꿈꾸다

땅 1평을 낙찰 받아 땅부자 되는 법

조선 정조 때 영의정을 지낸 정홍순(鄭弘淳) 선생의 이야기다.

한번은 집수리를 하면서 품삯 때문에 인부와 다퉜다.

“아버님, 정승 자리에 계신 분이 인부와 품삯을 가지고 다투시면 체모를 잃지 않겠는지요?”

정홍순의 큰 아들이 무안한 나머지 말씀을 올렸다. 그러자 정홍순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정승으로 일국의 재정을 집행하는 내가 품삯을 과히 주면, 나라의 예가 되어 백성들이 어려움을 당하는 법이다. 이는 바른 재정가가 취할 일이 못 되느니라.”

아들은 자신의 좁은 소견이 못내 부끄러웠다.

한번은 대장간에 가서 깨진 엽전을 땜질했다. 엽전 한 푼을 땜질하는 수공비가 두 푼이나 되었다.

“두 푼을 들여 한 푼을 건지면 손해가 아닙니까?”

대장장이가 땜질을 하기 전에 여쭸다. 속으로는 ‘정승의 대가리가 닭대가리’라고 은근히 조롱하는 투였다. 세상에 어떤 바보도 이런 짓은 안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엽전을 제조해 내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더냐?”

“물론입죠.”

“하다면, 나는 한 푼을 잃더라도 나라에는 한 푼의 이익이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공익이 아니더냐?”

대장장이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엽전을 땜질해 주었다.

창의성을 발휘하라
대개 경매라 하면 [권리분석]을 생각한다. 경매는 법원 경매법정에서 이루어지는데다가 일반인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아파트와 빌라에 관심을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경매 또한 부동산투자의 한 방법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경매 물건의 [미래가치]를 중요시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다.

나는 경매야말로 가장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경매에 나온 구거(도랑) 1평을 낙찰 받아 우렁농장을 꿈꾼 이야기다. 2007년 여름 충남 당진군에 1.1평(3.5제곱미터) 법원감정가 28,000원짜리 [구거(도랑)]가 지분으로 나왔기에 새벽차로 달려가 낙찰받은 적이 있다.

당진은 그 지명이 신라 삼국통일 당시 당나라가 진을 쳤다는데서 유래한다. 이제 당진군은 환황해권과 대중국 교역 및 물류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토종합개발계획상 당진항. 아산만. 평택항을 중심으로 하는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유력하다. 이에 발맞추어 당진군은 교육·관광·레저시설 유치 및 도로·항만 등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건설 중), 당진-아산-천안-오창-울진 간 동서고속도로(예정) 등 교통망이 가히 사통팔달이다. 또한 석문국가산업단지와 합덕지방산업단지, 현대제철(한보철강), 관광지조성사업 등 그 발전의 속도가 눈부시기에 <<39세 100억 젊은 부자의 부동산투자법>>의 저자 이진우씨는 당진군이“우리나라 최대 항구인 부산 국제무역항의 몇 배에 달하는 규모로”개발될 것이라 전망할 정도이다. 이처럼 당진군은 욱일승천하는 미래가치가 큰 지역이다.

구거 1평을 연고 삼아 우렁농장을 꿈꾸다
마침 드넓은 당진평야 중 구거(도랑) 1.1평이 강제경매로 나온 것을 찾아냈다. 채무자의 아버지가 최근에 사망하자 자녀들 중 한 명의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이 대위 상속등기를 하면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아버지 명의로 된 재산들 중 채무자 지분이 전부 강제경매에 나오게 되었다.

그 중 구거(도랑)의 지분이 1.1평으로 감정가가 28,000원인데 내가 84,000원을 쓰고 최고가매수인으로 낙찰을 받게 될 찰나, 아주머니 한 분이 집행관 앞으로 나오더니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하였다. 채무자의 누나라는 것이다. 친정아버지의 재산이 지분으로 쪼개져서 자기는 공유자라는 것이다.

이처럼 공유자의 지분이 경매에 나올 경우 최고가매수인(낙찰자)가 나오더라도 다른 공유자가 그 낙찰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겠다고 나서면 이처럼 최고가매수를 했더라도 그 공유자가 낙찰자가 되고 나는 차순위매수인이 된다. 그래서 나는 28,000원의 10%인 보증금 2,800원을 법원에 맡긴 채 경매장을 나오게 되었다.

밖으로 나온 그 아주머니는 나에게 “땅도 땅 나름이지 쓸모없는 도랑 1평을 낙찰 받아서 뭐하려고 그랬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저는 쓸모가 있어서 새벽차로 내려와 받았는데, 아주머니는 그럼 왜 공유자우선매수신청까지 하면서 그런 쓸모없는 땅을 받으려 하십니까?"하고 물었더니, 친정아버지 재산이라서 지키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남들에게는 쓸모없는 도랑 1평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 도랑 1평을 낙찰받으면 그것을 연고권으로 삼아 [구거점용허가]를 받아 당진평야 모든 도랑을 우렁농장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드넓은 당진평야의 모든 도랑에다 유기농 . 자연산 우렁을 기르려고요."

이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 그 도랑에다 우렁을 기르도록 허락해 드릴게요."

내가 바짝 다가가 사정을 해 보았다.

“그러시지 말고 저에게 양보해 주십시요."

“안돼요. 친정아버지 재산인데 지켜야 돼요. 빌려는 줄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비록 [공유자우선매수신청권] 때문에 도랑 1평을 내 땅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 또한 인연이기에 공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서 이 도랑 1평을 종자 땅으로 삼아 그 드넓은 당진평야의 모든 도랑(구거)에다 우리나라 최대의 [우렁농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쓸모없는 도랑(구거) 1평”이라 웃어넘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