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은 주인이 따로 있다
골목 안에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난 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상호도 간판도 없었지만 미각과 식도락이 예민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가 번창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골목에 새로 생긴 음식점 주인이 이런 간판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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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두 번째 음식점이 새로 문을 열면서 간판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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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간판도 없이 그 골목 안에서 영업을 해 오던 음식점 주인도 한참 뒤에 간판을 내걸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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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라
과연 [명당]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아직도 식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대 교수 출신의 최창조 박사는 전통 풍수지리를 지리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찬사에서부터 미신을 학문으로 삼았다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숱한 논쟁을 몰고 다니는 분이기도 하다. 최창조 박사는 전통 풍수가들의 풍수이론을 윤리학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을 서슴지 않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입장을 바꾼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도시풍수]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풍수에 얽힌 이야기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삼성그룹의 탄생에 얽힌 풍수비화는 앞서 언급한 바 있다.
내가 잘 아는 한 분은 지난 2007년 6월 명당 마케팅 전략에 따라 [자손들이 대대로 복을 받는 자리]를 낙찰 받았다. 100평짜리 임야 2개가 개별 경매에 붙여진 것을 낙찰 받은 것이다. 100평짜리 임야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분도 있지만 묘지는 대부분 임야에 쓰기 때문에 큰 평수 임야 중 명당 부분만 따로 쪼개서 거래한 사례도 실은 많다. 이때 이런 명당자리는 그 번지 전체 임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낙찰 받은 임야는 명당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사는 단순히 임야 100평으로만 보고 각각 33,000원 짜리로 감정을 하였다. 나는 명당자리를 어느 정도 볼 줄 아는 법안이 있기 때문에 법원 감정평가서에 나타난 사진만으로도 명당이라는 감이 왔다. 유레카!!!
산1-1번지 임야 100평에는 1기의 묘가 있고, 산1-2번지 임야 100평에도 묘 1기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산1-1번지 묘 쪽이 더 명당인 것 같은데 사진에는 산1-2번지 묘 앞에만 큰 비석이 서 있었다. 옳거니!
이 임야들은 각기 5분의 1 지분이 경매로 나온 거라서 낙찰을 받는다 하더라도 각기 지분 20평 정도만 낙찰 받게 된다. 현행법으로는 묘지 1기 땅은 3평을 못 넘게 되어 있으므로 20평이면 넉넉하다.
나는 병법서에 나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소리는 동쪽에서 지르고 진짜 공격은 서쪽에서 한다는 뜻> 전략을 응용하자고 했다. 이 명당을 원하는 분이 더 나은 명당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금낭경>>에도 ‘독서하고 수양해서 운명을 바꾸기란 어렵지만 풍수는 명당 한 방으로 천명을 바꾼다’고 한다. ‘공자 같은 성현도 묘 잘못 쓰면 망하고, 고수(瞽搜) 같이 어리석고 악한 이도 묘 잘 쓰면 순(舜)임금 같은 아들을 낳는다’지 않은가. 이를 두고 천장지비(天藏地秘:하늘은 감추고 땅은 숨긴다)라 한다.
지금 이 명당 후손들은 아마 산1-2번지가 더 명당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산1-1번지가 더 명당이라고 보고 이를 낙찰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산1-1번지는 89,490원(감정가의 2.7배)을 쓰고 산1-2번지는 4,989,000원(감정가의 151배)을 쓰도록 작전명령을 내렸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럼 왜 진짜 명당자리는 가격을 낮게 쓰고 명당이 아닌 자리는 터무니없이 높게 쓰게 했을까. 그 이유는 경매 법정에서 틀림없이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이 들어올 거라는 예상을 미리 한 것이다.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은 공유자 즉 공동소유자 중 최소한 1명이 자기가 우선매수를 하겠다고 경매법정에서 신청을 하면 내가 쓴 가격으로 공유자가 우선매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게 된다. 그럴 경우 나는 졸지에 2등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이 점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한 것이다. 이 명당의 경우 5분의 1 지분이 경매에 붙여진 것이기에 채무자를 제외한 4명은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 집행관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 환갑 정도 되어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따라 나왔다. “남의 묘지를 뭐 하려고 받느냐?”고 화난 목소리를 내더니, 집행관에게 “얼마에 낙찰됐느냐?”고 물었다. 집행관이 “4,989,000원”이라니까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냥 나가버렸다.
각기 100평 임야에 묘지가 1기씩 있고 감정가는 각기 33,000원일뿐인데, 하나는 89,490원 또 하나는 4,989,000원을 썼으니 입이 벌어질 수밖에. 그 아저씨는 가격이 너무 높아 엄두가 안 나는지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나가버린 것이다. 만일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을 할 경우 감정가 33,000원 짜리를 151배에 해당하는 4,989,000원에 매입해야할 판이므로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낙찰자가 영수증을 받는 등 일을 마무리 하고 나오니까 그 아저씨와 네 명의 아저씨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얘기 좀 하자”며 잡으면서 “이 산 가보셨어요?” 하고 묻고는 “안 가보셨죠?” 하고 묻기에, 낙찰자는 힘차게 “아뇨, 가봤어요” 하고 대답했다. “문중 산인데 뭐 하려고 샀느냐?”고 얼굴표정이 울긋불긋해졌다.
“전, 그 산이 명당자리라고 하여 저의 아버지를 모시려고 샀다”니까, 그 아저씨가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란다. 낙찰자가 머뭇거리니까 “안 가르쳐 줄 이유가 뭐 있냐?”고 따져서 하는 수 없이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더니, 그 아저씨 왈 “문중어른들과 의논하여 연락하겠다”면서 가셨다.
명당은 주인이 따로 있다
소설 <<풍수>>의 저자 김종록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미끼를 끼워 낚시를 던지려 해도 배고픈 물고기에게나 소용 있고, 나뭇가지를 에워싸 그물을 치려해도 낮게 나는 굴뚝새에게나 소용 있을 뿐, 물밑에서 잠자는 대어나 높은 하늘이 아니면 날지 않는 봉황에게는 가당치 않다”
풍수가에서는 ‘주인 없는 산일지라도 명당자리는 다 임자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물각유주(物各有主)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은 주인이 따로 있다’고 표현한다. 혹자는 ‘땅이 주인을 정한다’고도 평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업화가 되기 이전에는 최고의 명당은 묘 자리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여부가 명당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기준이라도 된 분위기이다. 하지만 명당은 분명 있다.
그럼 낙찰 받은 이 명당들은 모두 잔금납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산1-1번지는 잔금납부를 할 것이고, 산1-2번지는 잔금납부를 포기할 것이다. 즉 89,490원 짜리는 잔금을 치렀다. 그럼 4,989,000원 짜리를 포기하면 손해가 많이 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입찰할 때 10%의 보증금 즉 498,900원을 봉투에 넣어서 제출했을 터이니 이를 포기하면 너무 손해가 많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 새로운 [민사집행법]은 과거와는 달리 입찰표에 써내는 금액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는 게 아니라 최저입찰가로 법원에서 공시한 가격의 10% 즉 이 경우는 33,000원의 10%인 3,300원씩만 각각 봉투에 넣었던 것이다. 결국 산1-2번지를 포기하면 3,300원은 포기해야만 한다. 내가 낙찰자에게 과감하게 감정가의 151배인 4,989,000원을 쓰라고 한 이유다.
만일 둘 다 20만-30만 원 정도 썼더라도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이 들어와 이 명당들은 하나도 낙찰 받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89,490원+3,300원)=92,790원이 진짜 명당의 낙찰 가격이 된 셈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땅속은 모른다
어떤 분들은 기존에 있는 묘지에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여 나중에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 분묘를 설치할 당시 자신의 토지 위에 설치하였다든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하면서 그 당시 토지 소유주의 동의나 승낙을 얻었다든지, 토지 주인의 동의나 승낙을 얻지 아니한 채 분묘를 설치하였더라도 20년 이상 무과실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여 시효취득하였다는 입증이 있다면 물론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 하지만 기존 대법원 판례를 분석해 보면, 분묘기지권을 입증하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땅속은 알 수 없다.
분묘기지권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다
첫째, 낙찰 받은 임야 위에 있고 묘지라고 주장되는 봉분이 진정으로 묘지인지 여부는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 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1.10.25. 선고 91다18040 판결에 따르면, [분묘란 그 내부에 사람의 유골, 유해, 유발 등 시신을 매장하여 안장한 장소를 말하고, 장래의 묘소로서 설치하는 등 시신이 안장되어 있지 않은 것은 분묘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묘지라고 주장되는 봉분 내부에 사람의 유골. 유해. 유발 등 시신을 매장한 것인지 아니면 시신은 안장되어 있지 않은 가묘(假墓)인지는 직접 봉분을 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자고로 기생과 묏자리는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임자라는 말이 있듯이, 광중(壙中)을 미리 파고 관을 묻어 봉분까지 만들어 놓는 수도장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자가 직접 봉분을 파 보고 나서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묘지임을 먼저 입증해 보여야 한다. 봉분을 직접 파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분을 파헤쳤다가 다시 조성해야 할 것인데 그러자면 풍수지리상 생기(生氣)가 빠져 달아날 가능성이 있고... 또 ....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 호승예불혈(胡僧禮佛穴) 정도의 대명당이라면 여러 사람의 생명이 꺾이는 수도 있게 된다. 나중에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풍수지리설을 현대과학에서는 미신이라 치부하고 있으므로 낙찰자가 책임을 질 필요는 전혀 없다. 이래저래 낙찰자는 밑져야 본전이다.
둘째, 설사 봉분을 직접 파 보아서 내부에 시신이 안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시신이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사람의 조상님 유골인지, 아니면 무연고자일 뿐인지 여부는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자의 비용으로 DNA검사를 통해 입증하여야 한다. 봉분 안에 유골만 들어 있으면 되는 게 아니고 DNA검사를 통해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자의 조상님 유골이라는 걸 입증해야 할 것이다.
셋째, 위 대법원 판례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평장되어 있거나 암장되어 있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봉분의 형태가 불분명하면 분묘가 아닌 것이다. 최근에는 봉분을 잘 관리하는 후손들이 많지도 않고, 장마와 우기를 거치는 동안 봉분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사실상 평장되어 버려서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경우 분묘로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에 실제 대법원 재판까지 갔던 사례 중에는 [정몽주와 이언적의 위패와 유품이 매장되어 있을 뿐 그 시신이 매장되어 있지 아니한 분묘는 객관적으로 분묘로 인식할 수 있는 외형도 구비되어 있지 아니하고 외견상 묘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일 정도에 지나지 아니한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고 판시하여, 실제 파 보아서 분묘로 인정하지 아니한 사례가 있다.
넷째, 위 3가지 사항을 통해 설사 분묘라는 사실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분묘기지권은 종손에게만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다.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7다카414, 415 판결은 [분묘의 수호관리권은 그 상속인의 종손에게 전속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광주고등법법 1962. 6. 27. 62나97 판결에서는, [분묘는 장남. 장손의 소유에 속하며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은 그 장남. 장손이 취득할 수 있는 것이며, 4대조를 넘었다고 하여 그 종중이 그것을 취득하는 관습이나 그 종중에게 사용권이 있다는 관습은 없다]고 판시하여 종손에게만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분묘기지권 성립에 관한 입증책임은 종손에게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그 분묘의 후손들 중 종손이 분묘 설치 당시 자신의 토지 위에 설치하였다든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하였다면 그 당시 토지 소유주의 동의나 승낙을 얻었다든지, 그 종손 자신이 20년 이상 무과실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여 시효취득하였다는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제시하여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을 진다.
결국 분묘라고 주장되고 있는 봉분의 종손이 이러한 사항들을 입증하여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는 입증이 없으면 낙찰자는 무연고묘지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납골당 전문가들을 시켜 강제철거(이장)를 단행하면 된다.
사이좋게 나눠 쓰면 된다
물론 낙찰 받은 100평 땅 안에 묘지는 1기만 있으므로 사이좋게 나눠 쓰면 더 좋을 법하다. 이는 처음부터 내가 생각한 바이기도 하다. 진짜 명당자리는 아직 비어 있지 않은가. 상주(喪主)는 풍수에게 속고 풍수는 패철(나침판)에 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가는 법. 땅 팔자 사람 팔자가 서로 맞아야 하는 법이다. ‘이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는 자연법은 묘지라고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되면 송사를 다루는 하위법(下位法)과 진리를 다루는 상위법(上位法)이 다른 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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