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arNews

유치권은 대부분 가짜다

유치권은 대부분 가짜다


 고양이가 쥐를 쫓고 있었다.
 쫓고 쫓기는 처절한 추격전을 벌이던 중 쥐가 그만 쥐구멍으로 쏙- 들어 가 버렸다.
 그러자 쥐구멍 앞에 쭈그려 앉은 고양이가 갑자기 “멍멍! MC 멍!”하고 짖어댔다.
‘뭐야, 이거, 고양이는 갔나?’ 
 쥐가 궁금하여 머리를 쥐구멍 밖으로 내미는 순간, 그만 고양이 발톱에 걸려들고 말았다. 의기 양양! 쥐를 물고 가며 고양이가 하는 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먹고 살려면 외국어를 잘해야지.”
....................................................................................................
         


 유치권은 버틸 수 있는 권리일 뿐이다
 유치권(留置權)이란 예를 들면 세탁소에 옷을 맡겼는데 옷 주인이 세탁 비용을 안 주면 세탁소 주인은 옷을 안 내 주어도 된다는 것이다. 즉 세탁소 주인은 옷 주인에게 세탁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고, 옷 주인이 세탁 비용을 낼 때까지 옷을 안 내 줄 수도 있는 권리를 둘 다 가진다. 그 중 옷을 안 내주어도 되는 권리를 법률용어로 유치권이라 한다.
 얼핏 들으면 같은 말인 듯 들리지만 차이가 있다. 옷을 맡긴 사람이 옷 주인일 수 있다. 또 옷을 맡긴 사람이 옷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 옷을 세탁하는 동안에 세탁소와는 상관없이 옷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이 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유치권이다. 즉 옷 주인이든 아니든, 옷 주인이 바뀌었든 세탁소 주인은 세탁 비용을 받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옷을 못 내 주겠다고 버틸 수 있는 권리다. 이와 같은 이치가 건축공사 현장에서도 적용된다.

 헐어버린 건물의 등기부는, 있어도 원인 무효다
 배현명씨는 서울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배현명씨의 친구인 원종칠씨도 건설회사 사장이다. 원종칠씨가 충청도에서 [시민빌딩]이라는 큰 건물 신축공사를 시작하였다. 한번은 친구 원종철씨가 공사 자금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우선 되는 대로 3천만 원을 융통하여 보내 주었다. 그런 식으로 원종철씨에게 몇 차례 돈이 넘어가다보니 1억 원 정도가 얼추 되었다. 하지만 원종철씨가 변제 약속기일을 번번이 지키지 않았다. 배현명씨는 느낌이 안 좋아 원종철씨가 신축공사를 한다는 충청도 현장으로 내려가 보았다. 지하층 터파기만 해 놓고 인부들이 막걸리만 마시고 있었다.
 배현명씨가 이리저리 따져보니 자신이 아예 도맡아 해보고 싶었다. 서로 협의를 해 보니 기성고와 밀린 공사대금, 자신에게서 건너간 돈이 얼추 맞아 떨어졌다. 바로 대표이사 및 임원 변경등기 신청을 하였다. 이 신축 건물의 건축주는 [주식회사 가물]이므로 대표이사와 임원을 변경하는 변경등기 절차를 밟으면 쉽게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이 가물이라서 돈 가뭄이 든 것 같아 회사 이름도 [주식회사 아사달]로 바꾸었다. 아사달은 아침 달 즉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이 공사는 지하층과 지상 9층짜리 대형 빌딩을 신축하는 대형공사다. 공사비용 등을 따져보니 완공하여 정산하더라도 지상 3층과 4층은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왔다. 3, 4층을 웨딩홀로 꾸며서 노후대책을 하면 좋겠다는 구상이 섰다.
 지하층에서 지상 3층까지 올라갈 때 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자금 조달이 제대로 안 되어, 담보로 잡혀 있던 토지에 경매가 들어 왔다. 
 이런 경매 사건의 경우는 원래 낡은 건물과 부지(토지)가 [공동담보]로 잡혔더라도 낡은 건물은 헐고 새 건물을 신축하는 중이라서 경매는 토지만 신청하게 된다. 신축 중인 건물은 아직 등기부가 없어서다. 낡은 건물은 없어졌기에 설사 등기부는 그대로 살아 있더라도 말소되어야 할 운명이다.
 현장이 경매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돈 줄 사람은 안 보이고 받을 사람만 줄을 섰다. 경매로 처리하여 정산하고자 했지만, 짓다 만 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으로 공고되었다. 경매는 유찰을 거듭하여 처음 토지 매입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박구제씨가 낙찰 받았다. 

 신축공사 업자는 토지에 관한 경매에서는 유치권이 없다
 원래 이 건물 신축공사를 하기 이전에 이 자리에 낡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원종철 사장이 처음에 이 낡은 건물과 건물 부지인 토지를 은행에 [공동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금으로 주변의 땅을 더 사고 남은 금액으로 신축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건물의 부지(토지)가 경매에 들어가자 공사업자들은 너도 나도 법원 경매계에 [유치권신고]를 하였다. [유치권신고를 해두어야 공사 대금을 낙찰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낭설을 어디서 들은 모양이다.
 이런 토지 경매 사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유치권은 [토지에 관하여 들인 비용]을 토대로 한 유치권이다. 다시 말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기도 하고, 도-저로 밀어서 평탄작업이든 정지작업이든 하였을 것이다. 이 공사비용은 [토지에 관한 비용]이므로, 유치권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후 건물을 짓느라고 들어간 공사비용은 유치권신고를 하더라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 경매는 토지에 관한 경매였고, 건물은 [법정지상권성립여지 있음]일 뿐 아예 경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낙찰자에게는 아차, 하는 순간이 대박 된다
 진짜 유치권을 정리하면, (가) 토지 경매의 경우는 토지에 들인 비용만 인정되고, (나) 경매기입등기가 등기부에 올라가기 이전부터 점유를 시작해야 하며, (다) 돈을 다 받을 때까지 [중단 없이] 점유해야 한다. 이 중 한 가지만 빠져도 가짜유치권자가 되어 보호받을 수 없다. 그래서 유치권은 아차 하는 순간에 가짜가 될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낙찰을 받을 사람 입장에서는 [유치권신고가 많으면 대박이 될 가능성이 많다]. 유치권신고가 많으면 당연히 유찰을 거듭 하여 낙찰가는 내려가서 좋다. 다른 점은 몰라도 [경매기입등기]가 등기부에 올라가기 전부터 현장을 점령하고 있는 유치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먹고 살기 바빠서 중간에 빠져 나가지 돈 받을 때까지 끝까지 현장을 점령하고 막걸리만 마실 유치권자도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낙찰 후 판사 앞에서 유치권자로 인정받을 사람은 사실 거의 없게 된다. 이런 증거를 판사에게 제시하여 쉽게 인도명령결정을 받아 퇴거시킬 수 있다.
 이 정도의 법률지식을 갖춘 박구제씨는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찰을 거듭 하던 이 현장의 토지만 낙찰을 받은 것이다. 설령 유치권이 성립한다 해도 유치권자는 낙찰자가 돈을 줄 때까지 명도를 거부할 수 있을 뿐, 낙찰자인 박구제씨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치권은 대부분 가짜다
 건축. 건설 현장이 경매될 경우 흔히 성행하는 [유치권신고] 관행은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토지만 경매로 나온 경우 그 미완성 건물의 공사를 하던 사람은 유치권신고를 해 도 보호받기 어렵다. 
 그런데 이 공사 현장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까지 영수증 등을 만들어 유치권신고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입찰자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못 들어 올 거라는 계산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돈 받기 더 어렵게 만드는 꼴이다. 유찰을 거듭하여 토지 낙찰가는 한 없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낙찰가는 내려가더라도 낙찰자가 내 돈을 안 주면 못 나간다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낙찰자가 [가짜 유치권자]라는 입증자료를 제시하여 [인도명령]을 신청하면 간단히 인도명령이 떨어진다. 옛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구법에서는 유치권자는 명도소송으로 퇴거시키느라 몇 달씩 걸리는 관행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도명령이다. [3일-7일 정도]면 인도명령 결정이 떨어지는 세상이다.

 가짜유치권자는 법무부 대학으로 보낼 수 있다
 앞서 [가짜 유치권자]이라는 좀 살벌한 표현을 썼다. 가짜 유치권자의 범위는 넓다. 물론 아무런 공사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 공사대금을 받을 게 있다고 허위로 유치권 신고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경매방해죄(공무집행방해 등 다양한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금액이 5억 원을 넘기면 [특가법]이 적용될 수 있다.
 유치권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치권신고서만 법원에 제출하면 되는 게 아니다. 세탁소 주인이 세탁물을 계속 보관해야 하듯이 현장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돈 받는 순간까지. 경매가 끝나더라도 돈 받을 때까지 현장을 점령해야한다.
 [언제부터] 점령해야 하는가? 최소한 [경매기입등기]가 등기부에 등재되기 전까지는 점령을 시작했어야 한다. 점령(占領)은 꼭 내가 아니고 (人夫)인부를 사서 하더라도 상관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한다. 중간에 춥다고 출입문에 열쇠를 채워 놓고 CCTV만 설치해 놓는다든지, 경고장을 출입문에 붙이고 열쇠만 채워놓으면, 그건 점유를 계속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가짜유치권자가 되어 버린다. 대개는 경매기입등기가 올라간 이후에 부랴부랴 점령을 하느라고 부산을 떠는데 아무런 효력이 없다. 최근 대법원 판례(2005. 8. 19. 선고 2005다22688 판결 참조)가 이점을 분명히 적시(摘示)하여 판결하였다.

 경매로 500억 원을 2년 만에 벌었다는 김길태 지엔비 그룹 회장은 이렇게도 말한다.
 “허위로 공사대금을 만들어 유치권 신고한 사람은, 형사 고소하면 [법무부 대학]으로 보낼 수 있다.”
 실제 최근 광주지역에서 허위 유치권신고를 한 혐의로 형사 구속된 사례가 있다.

 왕이 어느 날 ‘키다리 병사’ 한 사람을 그리다가 옆에 있는 시종에게 물었다.
 “이 그림은 얼마 정도에 팔릴까?”
 그러자 시종은, 
 “1억 원 이상은 받을 수 있습니다.”
 하고 아첨을 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그대는 예술을 아는 모양 같군. 그러면 특별히 그대에게만 5천만 원으로 깎아주마.”
 시종은 그 그림을 5천만 원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