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경매 될 때는 먹기 좋게 쪼개라

  일괄경매 될 때는 먹기 좋게 쪼개자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 원숭이놀이 하려는데 같이 해요.”
 “엄마는 어떻게 하면 되는데?”
 “엄마는 구경 온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땅콩과 과자, 아이스크림을 원숭이에게 주는 거야.”
  “........”

 일괄경매 물건을 주목하자
 논(畓), 밭(田), 과수원이 농지(農地)다.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과, 경운기가 들어가기 어려운 경사(傾斜)진 농지는 [한계농지]다. 이러한 한계농지를 전 대통령 아들도 연천에다 몽땅 사두었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처럼 고수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인가? 잘 난 사람들 욕만 하고 있을 건가? 그럴 것 없이, 로또를 잡는 간단한 방법을 공개하겠다. 농지와 농지가 아닌 부동산들이 [일괄경매]로 진행되고 있는 경매 물건을 주목하자.
 여기서 [일괄경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나라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토지 따로 건물 따로 등기부를 만들어 관리한다. [집합건물]이라 하여 아파트. 빌라는 토지를 대지권으로 쪼개서 각 건물에 나누어 주지만,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일반 건물은 등기부가 토지 따로 건물 따로 되어 있다. 그래서 경매가 나오면 토지 따로 건물 따로 진행하면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하다. 이 때 토지와 건물을 하나로 묶어서 같이 경매에 붙이게 되는데, 이를 [일괄경매(매각)]라 한다. 그것이 채권자인 은행에도 좋고, 경매로 물건을 사려는 낙찰자(매수자)에게도 좋고, 소유자나 채무자에게도 손해날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원래 일괄경매는 이런 경우에 해야 되는데, 판사들이 자기들 일보기 편하게 일괄경매결정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특히 여러 개의 부동산을 한꺼번에 묶어서 은행(금융권)에 [공동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가 사정이 생겨 경매가 신청되면 공동담보로 묶인 부동산들을 그대로 [일괄경매결정]을 해 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법원 경매에서 그런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하긴 서울에 논. 밭은 별로 없으니까’
 
 로또는 항상 가까운데 있다
 이처럼 일괄경매결정이 내려진 법원 경매 물건 중에서 농지와 농지가 아닌 부동산 -임야. 대지. 건물. 공장용지. 잡종지. 하천. 구거. 목장용지. 양어장. 양식장 등- 이 섞여 있는지 주목하라. 예를 들어 시골집이 경매로 나오면 시골집과 대지가 일괄경매 되는 거야 당연하지만, [텃밭(田)]이 같이 묶여서 경매가 나왔는지 찾아보라는 것이다. 여유 자금이 있는 분은 공장 건물과 공장용지, 기계류까지 왕창 경매로 나온 물건 중에서 혹시 전. 밭이 같이 섞여 일괄경매로 진행 중인지 살펴보라.
 유레카, 찾았으면 그게 로또다.
 오호라씨는 안산 지역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분이다. 부동산에 관한 식견도 상당하다.
 마침 점찍어둔 물건이 있었다. 이천에 있는 공장으로, 경매로 나왔는데 몇 차례 유찰되어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어 입찰에 참여할 참이었다. 오호라씨는 입찰보증금을 준비해 여주법원으로 갔지만, 100만원 차이로 떨어졌다. ‘아뿔사, 100만원을 아끼려다 공장을 못 먹게 되다니!’
 오호라씨는 언젠가 [일괄경매에 로또가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오호라씨는 [낙찰불허가결정을 받아내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쳤다.
 여기서 잠깐 법원경매가 진행되는 절차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입찰보증금을 준비해서 입찰을 보는 데까지는 생략하고, 일단 낙찰을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보증금에 대한 영수증을 받아 가지고 집에 와서 소주 한 잔 할 것이다. 7일 후에 즉 화요일에 입찰을 했으면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낙찰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 거의 대부분은 [낙찰허가결정(최고가매각허가결정)]이 떨어진다. 그 후 7일간 [항고기간]이 주어지고 항고가 없으면 바로 [잔금납부기간]이 정해진다. 대개 한 달 정도 여유를 두고 잔금납입 기간을 주는데 이 기간 중 아무 때나 잔금을 내고 소유권이전을 하면 되는 것이다. 구법은 잔금을 일정한 날에만 받았지만 현행 민사집행법은 잔금납부기간 중 아무 때나 받아 준다. 이렇게 낙찰자 위주로 바뀌었다.
 이런 일련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 속에서 오호라씨가 다시 역전(逆轉)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공장인데도 소도시라서인지 역시 농지가 포함되어 경매가 진행된 사건이었다. 다시 말해 공장 건물. 공장용지. 공장기계. 논. 밭들을 묶어서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경매 진행은 위법(違法)이라는 것이 새로운 대법원 판례이다. 

 [이의신청]으로 로또를 만들라 
 오호라씨는 [이의 신청서]를 해당 경매법원에 익일특급 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아무튼 다음 주 화요일이 낙찰허가결정일이니 월요일까지만 접수되더라도 상관없을 터였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목요일에 접수된 걸로 떴다. 오호라!
 오호라씨는 숨을 죽이고 다음 주 화요일을 기다렸다. 여주법원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괜히 [낙찰자에게 맞아 죽을 것 같다]면서 안 갔다. 하긴 화요일 저녁이나 늦어도 수요일에는 결과가 인터넷에 뜨는데, 뭐.
 클릭, 엔터, ‘오호라, [낙찰불허가결정(최고가매각불허가결정)]이라 떠 있다’ 불허가결정이다!!!
 낙찰허가결정과 불허가결정은 천당과 지옥이다. 불허가결정이 떨어지면 낙찰은 없던 일로 된다(이런 경우 낙찰자는 입찰보증금을 찾아 갈 수 있다. 즉 몰수하지 않는다). 당연히 오호라씨가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오호라!
 그렇다고 이게 어떻게 로또와 상관있다는 말인가? 오호라! 상관있다. 보통은 불허가결정이 떨어지면, 직전 입찰금액으로 다시 시작한다. 원래 이 공장은 최초 감정가 20억원에서 시작하여 유찰, 유찰되어 5억원까지 떨어졌는데 이전 낙찰자는 6억 2천만 원을 써서 낙찰 받았다가 불허가된 것이다. 잔금을 못 낸 재경매라면 5억원에서 다시 시작해야 맞다. 이런 거라면 처음부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농지부터 낙찰 받아라
 이 경매사건은 농지와 농지가 아닌 부동산(공장 건물. 공장부지)을 하나로 묶어서 일괄경매를 한 것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 때문에 불허가가 된 것이다.
 다음에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농지와 농지가 아닌 부동산이 분리되어 [분할경매(개별경매)]로 나온 것이다. 즉 지난번에는 1개의 경매사건에 여러 개의 목록을 묶어 [물건번호 1번]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농지끼리만 [물건번호 1번], 농지가 아닌 즉 공장 건물, 공장용지, 공장기계가 [물건번호 2번]으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최초 감정가 20억 원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원대복귀(原隊復歸)다.
 잘 보시라! 그런데 농지들만 모아 놓은 물건번호 1번의 최초 감정가는 3천만 원이다. 4-5천만 원 쓰고 얼른 낙찰 받아야 한다. 공장의 하치장으로도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이 농지가 없으면 공장 자체가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다음 [물건번호 2번] 공장 일체는 떨어질 대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가동 중인지, 중단된 것인지, 기계는 고물 처리해야 할 정도인지 쓸모가 있는 상태인지 등을 살펴 입찰가격을 정하면서 저울질하라.
어차피 앞서 6억 2천만 원에 낙찰된 거니까 그 안에 누가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다. 허(虛)를 찔린 이전의 낙찰자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할 것이고, 비록 농지이기는 하지만 공장 하치장을 빼앗겼으니 포기했을 가능성이 많다. 오호라!
앞서 언급한 [시골집 텃밭]도 같은 이치로 [텃밭]을 먼저 공격하라. 그것도 텃밭이 지분경매로 나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반찬값만으로도 땅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발상의 전환 방법]을 공장 주인이 먼저 알았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 초등학생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원숭이가 입맛 없다고 하던데 과자나 땅콩, 아이스크림만 주면 그나마 입맛 놓치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