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다른 해보다 더욱 의미 있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행사로 관객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타흐미네 밀라니 등 이란의 뉴 웨이브 영화감독을 소개한 바 있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0주년을 기념하여 아시아의 여성 감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등 탈서구 중심의 여성주의 시선을 견지하기 위해서 중국 여성 감독인 펑 샤오리엔의 특별전을 개최한다.
중국의 역사와 여성의 삶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펑 샤오리엔 감독은 북경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중국 5세대의 물결 속에서 북경이 아닌 상하이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북경 영화 아카데미에서는 연출을, 뉴욕 대학교에서는 제작을 공부한 펑 샤오리엔 감독은, 국민당 통치와 일본 식민지 과거를 갖고 있는 외상의 도시이자 중국 자본주의의 아이콘인 상하이라는 공간의 역사와 변화를 여성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관찰하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 펑 샤오리엔의 영화에서 주인공인 상하이 여성들은 감독 자신이 경험했던 중국의 과거이자 현재의 페르소나이며, 그녀들은 언제나 재혼 여성, 정략 결혼 여성, 미혼모 등 현실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평범한 여성들이다. 또한 그녀 영화의 주요 공간인 상하이는 역사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일련의 파노라마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를렌 디트리히의 매력이 돋보였던 조셉 번 스텐버그 감독의 <상하이 익스프레스>(1932)로만 알려진 상하이라는 공간이 그녀의 영화에서 전경화된다. 그 곳에서 상하이 여성들은 식민지 시절의 과거와 가속화된 자본주의의 현재라는 시간의 파노라마 속에서 언제나 생존하려고 노력했으며, 자신의 욕망을 굽히지 않은 채 현재의 상하이를 만든 하위주체들로 각인되어 있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펑 샤오리엔 감독 특별전에서는 총 5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상하이 3부작’으로 불리는 <상하이 룸바(Shanghai Rumba)>(2006), <상하이 스토리(Shanghai Story)>(2004), <상하이의 여성들(Shanghai Women)>(2002)을 비롯하여, <옛날 옛적 상하이에서(Once Upon A Time in Shanghai)>(1999), <세 여자 이야기(Women’s Story)>(1988)를 만나 볼 수 있다. <세 여자 이야기>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 최초의 진정한 여성영화로 평가 받았고, 배우 왕조현의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한 <상하이 스토리>는 1930년대 상하이에 사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상하이인들의 변천사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중국 여성들의 심리를 뛰어나게 묘사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또 <상하이 룸바>는 상하이의 식민지 시절을 배경으로, 결혼한 남녀의 불륜을 통해 정략 결혼 풍습을 비판하며 여성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와 현재의 묘사에 충실한 리얼리즘 영화였던 초기작인 <상하이 스토리>에서 식민지 시절의 사랑을 아련하게 표현한 시대극인 최신작 <상하이 룸바>까지, 이들 작품을 통해 펑 샤오리엔 감독의 변화하는 작가적 여정, 변화하는 중국, 여성의 삶을 만날 수 있다.
10주년의 감동과 관객들의 환호가 어우러질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08년 4월 10일부터 18일까지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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