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 명단
올해의 음반=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올해의 노래= 이적 ‘다행이다’
올해의 음악인= 이승열 ‘In Exchange’
올해의 신인= 윤하 ‘고백하기 좋은 날’
올해의 연주= 예산족 ‘예산족’
최우수 록-음반= 할로우 잰 ‘Rough Draft in Progress’
최우수 록-노래= 마리서사 ‘너없인 행복할 수 없잖아’
최우수 모던록-음반= 못 ‘이상한 계절’, 허클베리핀 ‘환상...나의 환멸’
최우수 모던록-노래= 이승열 ‘아도나이’
최우수 팝-음반=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최우수 팝-노래= 이적 ‘다행이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음반 = 하우스룰즈 ‘Mojito’
최우스 댄스&일렉트로닉-노래= 원더걸스 ‘Tell me’
최우수 힙합-음반= 에픽하이 ‘Remapping The human Soul’
최우수 힙합-노래= 드렁큰타이거 ‘8.45 Heaven’
최우수 알앤비&소울-음반= 윤미래 ‘Yoonmirea’
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윤미리 ‘What's Up! Mr. Good Stuff’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음반= 웅산 ‘Yesterday’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노래= 웅산 ‘Yesterday’
올해의 영화드라마 음악= 케세라세라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록부문= 노브레인 ‘그것이 젊음’
모던록부문= 넬 ‘Let's Take A Walk’
팝 부문 = 윤하 ‘고백하기 좋은 날’
댄스&일렉트로닉 부문= 빅뱅 ‘Bigbang Vol.1’
힙합부문= 에픽하이 ‘Remapping The human Soul’
알앤비&소울 부문= 브라운아이드소울 ‘The Wind, The Sea, The Rain’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나윤선 ‘Memory Lane’
특별분야
선정위원회 특별상= 빵 컴필레이션 3
공로상= 신중현
2008 5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에 관한 선정의 변
[종합분야]
<올해의 음반>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나무로 만든 노래]는 말하자면, 한두명이 아니라 타선 전체가 팀을 승리로 만드는 야구단과 같다. 음악과 첫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힘차게 돌아보는 첫 곡 '노래'부터, 모든 수록곡 중 가장 엔딩에 어울리는 마지막 곡 '무대'까지 각각의 트랙이 지루하지 않게 자기 색깔을 갖고 흐른다. 때로는 진솔하고 때로는 서사적이며 때로는 상징적인 노랫말은 귀에 착 달라붙고, 단촐하고 정제된 편곡 속에서 이적의 목소리가 힘차게 뿜어나온다. '다행이다' 같은 보편적이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곡과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니'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해있는 실험적인 노래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어느 한 곡 허투루지 않다. 보컬리스트로서, 창작자로서, 연주자로서 일취월장하는 이적의 모습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패닉, 카니발, 긱스, 그리고 솔로까지 이적이 걸어왔던 행보들이 모두 녹아있다. 단순한 동어반복이 아닌 잘 발효되고 숙성된 그의 음악인생을 이 한 장의 앨범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90년대 뮤지션들이 음악적 성장을 멈춘 채 했던 걸 계속 욹어먹는 행보에 비춰본다면, 이적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며 원숙해지는 극히 드문 사례다. 그렇기에 90년대를 통과해서 2000년대에도 유의미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디지털 음원이 주도권을 잡는 상황에서 '앨범'이라는 가치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음반의 미래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견 가수들이 더이상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전망을 부채질한다. 하지만 이적의 두번째 솔로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는 그런 암울한 예측을 거부하는, 명실공히 2007년의 걸작이었다. 이 앨범은 데뷔한지 10년이 넘어가는 뮤지션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선정위원들의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다섯번째 한국대중음악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거다. 작가적 자의식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것이다. 주류 음악계에서 이런 음반을 만난다는 건 더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올해의 노래> 이적 ‘다행이다’
사랑을 찾은 이적의 노래가 대중의 감성을 흔들다.
1995년 패닉으로 데뷔해 13년 가까이 넘게 '카니발' '긱스' 그리고 솔로로 다양하게 활동을 하면서 이적은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왔던 아티스트이다.
어떤 음악이 가장 “이적”다운 음악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매번 발표하는 음악마다 “이적”스럽다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왔었는데 세 번째 솔로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 역시 “이적”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나무로 만든 노래]에 수록된 곡 중에서 “다행이다”는 2,30대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가사와 간결한 피아노 반주 그리고 이적의 담백한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전달된 곡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에 대한 깊은 이해가 느껴지는 곡이어서 처음의 잔잔한 반향이 대중적으로도 크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곡이고 피아노 반주와 간결한 편곡으로 사운드가 가벼운 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진솔한 무게가 느껴지는 곡이다.
또한 이 노래가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대중적으로도 크게 사랑을 받은 이유중의 하나가 가사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작곡에 비해서 작사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인식되지만 ‘다행이다’는 그 가사가 쉬운 언어로 감성의 깊이를 크게 울려서 공감할 수 있었고 듣는 사람들 자신의 희망사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달했다.
그래서 노래 자체로 감동을 주었고 누군가에게 불러주고 싶고 누군가가 불러줬으면 하는 노래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곡이다.
어쩌면 앞으로 이 노래가 대중들에게는 가장 “이적”다운 노래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적의 노래를 이 시대에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김세광 (CBS PD)
<올해의 음악인> [In Exchange] 이승열
‘유 앤 미 블루’가 데뷔작을 내놓은 지도 벌써 15년이 다 되었다. 당시 그들의 음악을 즐겨듣던 팬, 심지어 이승열, 방준석 두 멤버조차도 ‘유 앤 미 블루’의 음악이 2000년대 후반에 도 사랑받을 줄 예상했을까.
이승열은 올해 두 번째 솔로 음반을 냈다.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기타를 쳤던 약관의 청년은 어느덧 30대 후반에 이르렀다. 본인의 표현을 따오면 1집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이해할 사람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반면 2집에는 이승열의 이름이 생소한 대중의 귀도 한번쯤 유혹할만한 노래들이 들어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최우수 모던록 노래’로 꼽힌 ‘아도나이’를 포함해, ‘기억할게’ ‘Buona Sera’ ‘가면’ 같은 곡에서 이승열은 자신의 팬층을 한 단계 확장할 가능성을 열었다. 매력적이고 세련됐지만 왠지 공중에 부유하는 듯했던 이승열은 2007년 비로소 한국 대중음악의 텃밭에 뿌리를 내렸다. 90년대와 2000년대, 영미풍 록음악과 한국 대중음악의 감성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이승열을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백승찬 (경향신문 기자)
<올해의 신인> [고백하기 좋은 날] 윤하
올해 20살이 된 윤하는 어린 나이에 쉽게 얻기 힘든 수준급의 가창력을 가졌다. 힘이 있고 억세면서도 깨끗하고 유쾌한 필을 가지고 있다. 소년의 당당한 기세와 소녀의 귀여운 표정을 동시에 지닌 이미지도 늘 보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행복감과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고백하기 좋은 날>에서 보여준 귀엽고 당찬 활기, 같은 해 토이와 작업한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에서 보여준 성숙한 팝/록 보컬로서의 역량도 음악 행보에 있어 충분히 ‘발전’이자 ‘가능성의 발견’이라고 할 만 했다.
한 해에 연속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음악적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 그리고 한국 가요계에 드물게 ‘록’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 ‘획일화’되어가는 가요계에 건전한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 그리고 ‘비밀번호 486’이라는 노래가 가지는 올해의 대중적 파급력과 상징성을 감안해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하였다.
이대화 (웹진<이즘> 편집장)
<올해의 연주> [예산족(藝山族)] 예산족
예산족의 출현은 이른바 퓨전국악의 궁극을 담고 있는, 그러나 매우 아이러니한 사건이다. 21세기 들어서도 적지 않은 퓨전국악이 시도되고 있지만 과연 참신한 돌파구가 제시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고, 이는 누구보다 연주자들 스스로 공감하고 있는 난제였기 때문이다. 예산족의 동명 타이틀 앨범은 10여 년 동안 프리 재즈를 다뤄온 타악기 연주자이자 작곡가 박재천이 피아니스트 미연과 함께 음악 작업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사물놀이의 명인 이광수가 젊은 사물놀이패(이영광, 손경서, 권지훈, 함주명)와 함께 했다. 이들의 연주를 단순히 퓨전국악이라는 말로 정리하기엔 그 안에 담긴 세상이 너무나 넓다. 국악과 재즈, 그리고 현대 클래식음악이 교묘한 조화를 이룬 이들의 음악은, 일말의 의심도 찾을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연주력과 직관으로 가득하다. 이에 대해 선정위원들은 큰 이견 없이 올해의 연주 부문 수상자로 예산족을 손꼽았다. 훗날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예산족은, 위기라는 말로 대변되는 음악계의 일각에서 아직도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이자 자존심이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장르분야]
<최우수 록 - 음반> 할로우 잰(Hollow Jan) [Rough Draft in Progress]
그 해 겨울, 어떤 이들에게는 생소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앨범이 발표되었다. 곡의 길이가 7분과 8분을 넘어 9분에 이르기도 한다. 소리는 어딘지 까끌까끌하며 연주는 대체로 단순하다. 여러 해 전, 자신들의 길을 찾아 나선 청년들의 첫 음반은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고통스러운 절규, 쓰린 서정을 담은 멜로디, 차가운 아르페지오와 프렛에 닿을 듯한 트레몰로가 합쳐지면서 감정의 덩어리는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순간 단조로움은 중독적인 연주로 격상되고 한 청년의 독백은 모두와 소통한다. 스크리모에 포스트록/익스페리멘틀의 유산을 거두어들여 감정에 충실함으로써 형식의 한계선을 돌파한 이 앨범은 헝클어짐과 뒤엉킴 속에서 극적인 순간을 이끌어냈다. 기교보다 감성에 충실한 헤비뮤직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앨범의 존재가치마저 부정당하는 시절에 10개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 아니라 10개의 단편을 품은 하나의 장편을 써내려갔고, 종이 위에는 한국어가 인쇄되었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어법으로 매우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낸 이 앨범은 비단 할로우 잰이라는 개별 밴드의 성과일 뿐만 아니라 살을 부풀려온 한국 하드코어 씬의 성취이기도 하다. 좋은 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좋은 음악의 예로 [Rough Draft in Progress]를 드는 것에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작품이다.
나도원 (음악평론가)
<최우수 록 – 노래> 마리서사 ‘너없인 행복할 수 없잖아’
우리에게도 라디오헤드의 ‘Creep’ 같은 노래가 하나쯤 필요했다. 주류 팝을 넘나드는 대중성에 록의 폭발력과 청량감을 유감없이 배합해낸 곡 ‘너 없인 행복할 수 없잖아’는 오랜만에 인디록 신에서 나온, 단 한번만 들어도 기억되는 힘있는 후렴구를 지닌 곡이다. 우리말 가사의 뉘앙스와 보컬 멜로디가 신선하고 절묘한 결합을 찾아냈으며 현악과 건반, 효과음이 촘촘하게 늘어선 정교한 편곡에도 희생되지 않은 록의 폭발력은 명징한 녹음을 통해 싱글 곡으로서의 완성도까지 담보했다. 그런가 하면 선배 밴드 넬을 연상시키듯 작사와 가창 양면에서 나타나는 여성적 요소들은 힘 있는 사운드를 만나 보기 힘든 밸런스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음악적 완성도에 신의 다양성까지 높아진 인디 록계에서도 좀체로 해갈되지 않았던 대중성과 스타성을 겸비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리서사는 신에 제시된 하나의 발견이자 가능성에 가깝다. 데뷔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음악적 잠재력에 라이브 실력,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이들은 지금 ‘홍익대 앞’에서 ‘여의도’까지 자력으로 진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얼마 안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임희윤 (헤럴드경제 기자)
<최우수 모던록 - 음반> 못(MOT) [이상한 계절] / 허클베리핀 [환상… 나의 환멸]
‘최우수 모던 록 음반’ 부문에 대하여 5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이 두 작품 사이의 우열을 논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한 음악의 영역에서 동점자가 나올 수 있느냐는 산술적 판단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이한 성격을 가진 두 작품이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도 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심정적 기대감에 있었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올해의 음반’ 부문을 이미 수상했던 허클베리핀은 그 자리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전향적인 노선 변경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가치를 창출해냈다. 이 앨범 [환상… 나의 환멸]을 통해 록 음악의 직진성이 사유와 서정의 영역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허클베리핀은 당대 가장 돋보이는 창작집단 가운데 하나로서 자신들의 이름을 공고히 했다.
2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부문을 수상한 이래 3년의 공백을 깨고 귀환한 못(MOT)은 그 침잠의 기간이 진일보한 음악적 성과를 위해 소비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땀의 시간이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이 앨범 [이상한 계절]는 일렉트로닉의 ‘비선형’적 사운드와 모던 록의 논리적 방법론이 응축된 실험적 노선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감성적인 결과물을 추출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모던록의 다양성과 수준을 확인시켜준 두 작품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기꺼운 마음으로 동시수상을 허용하였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최우수 모던록 - 노래> 이승열 '아도나이'
[In Exchange]는 유앤미블루시절부터 우직하게 자신의 음악을 지켜온 이승열에게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대중친화적인 작품이지만 타협이 아닌 소통을 위한 암중모색이다. 어느 때 보다 많은 공연을 펼쳤고, 쌈지록사운드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대형 무대에서도 그의 파워풀한 가창력을 한껏 선보였다. '기억할게' '가면' 등이 대중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앨범의 마지막 곡인 '아도나이'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로부터 '최우수 모던록' 노래부문에 꼽혔다.
'아도나이'는 어쿠스틱 기타에 맞춘 이승열의 보컬로 시작한다. 도입부가 끝나면 또 하나의 도입부가 시작된다. 곡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기타 연주가 물러가고 난 후에야 노래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나의 테마를 뚝심있게 끌고 가면서도 음색을 미묘하게 변형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승열의 보컬 못지않게 빼어난, 이 노래의 또다른 감상포인트는 기타 멜로디다. 앞서 말했듯 곡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솔로부터 시작, 보컬 멜로디와 공존하며 서사적 웅장함을 가미하는 기타 멜로디는 이승열이 뛰어난 보컬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기타리스로서의 자질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이승열을 이르러 '한국의 보노'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하지만 '아도나이'같은 노래를 듣자면 그를 '한국의 존 메이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대형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그의 스케일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주는 노래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최우수 팝 – 음반>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이 열렬히 주목한 이적의 ‘나무로 만든 노래’는 느꼈겠지만 잘 다듬어져 화려한 칠과 결을 자랑하는 마호가니가 아니었다. 군데군데 옹이가 그대로 드러난 곳에는 쉽지 않았을 그의 음악 여정의 흔적이 여실했고, 잔 가지 없이 큰 줄기로 틀어 낸 몸통에서는 이 땅의 음악 토양이 얼마나 척박했었는지를 가늠케 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노래에는 잡스러운 맛이 없었다. 각종 감미료에 얼얼했던 입맛이 오랜만에 재료의 맛을 가감 없이 살려낸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어머니의 밥상을 마주한 느낌이다. 정말이지 소리 맛을 잃고 있었던 우리들의 귀를 일깨워준 그에게 고맙다. 그리고 다행이다. 아직 그의 노래가 좋은 소리로 가슴을 울리는 노래라고 얘기해주는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한국대중음악상은 여전히 ‘패닉’, ‘카니발’, ‘긱스’ 풍의 가구를 곁에 두고 있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이적의 브랜드를 컬렉션 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선명한 음악 나이테를 늘려가고 있는 이적의 나무 키우기가 부럽다.
이광훈 (Radio KISS 편성제작팀장)
<최우수 팝 - 노래> 이적 ‘다행이다’
기실 모든 대중음악이 그렇겠지만 특히 팝은 당대 대중의 가슴을 가장 깊이 울릴 수 있는 대중적 친화력을 그 본질로 할 것이다. 누가 들어도 좋으면서도 마음에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곡이라면 훌륭한 팝이라 불러도 좋을 터. 그런 점에서 이적이 오랜만에 내놓은 음반 [나무로 만든 노래]에 실려 있는 ‘다행이다’는 순정한 노랫말과 고백같은 보컬의 진솔한 매력이 잘 어우러져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사랑노래로 금세 다가온다. 사랑하는 존재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소함 속에 사랑의 실체가 있음을 알려주는 노랫말의 내밀한 시선은 즉흥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의 음란한 판타지에 침윤당한 최근 한국 대중음악의 노랫말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그 낮고 담담한 서술의 편곡을 따라가며 고조되는 감정의 흐름은 개인의 고백같은 사랑의 토로를 이 시대 사랑의 진정성을 믿는 이들의 언어로 확대하는 서정의 힘으로 더욱 강력해진다. 그리하여 어떤 이들에게는 절절한 애정의 고백이겠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 옆에 함께 서 있는 모든 소중한 그대들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는 아름다움의 확장을 통해 당대의 삶에 걸쳐진 절망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감동을 선사한다. 사실 우리에게 오래 기억되는 좋은 노래의 힘이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바라건데 거친 바람 속, 젖은 지붕 밑에서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좋은 노래가 많아지기를, 그리고 우리 곁에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늘 함께 하기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 음반> 하우스룰즈 [Mojito]
하우스 그룹을 표방한 ‘하우스 룰즈(House Rulez)’의 데뷔 앨범 [모히토(Mojito)]는 그룹 이름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친다.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비트에 대한 이들의 감각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하우스 및 일렉트로닉 앨범의 결정적인 단점은 아무리 예쁘게 꾸며도 기본적인 비트감이 떨어져 어딘가 촌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하우스 룰즈’는 이 앨범으로 국내 하우스 앨범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비트에 있어서는 외국의 하우스 앨범에 뒤떨어지지 않을만큼 세련된 취향과 감각을 지닌 ‘하우스 룰즈’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하우스 비트를 가지고 신나고 재치있게 놀 줄 안다. 빈틈없이 단단하고 탄탄하게 구성된 비트와 그 비트 사이 사이를 감각있게 파고드는 멜로디가 앨범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있다. 타이틀 곡 ‘Do It!’은 하우스 룰즈의 이러한 장점이 잘 표현된 곡이다. 자연스러운 색소폰 연주와 적재적소에 잘 배치한 이윤정, 유미, 지나 등의 보컬 피처링도 인상적이다. 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은 이들의 인지도가 아직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악성에 대중성까지 갖춘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모히토]를 2007년 최고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으로 선정했다.
안인용 (한겨레신문 매거진팀)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 노래> 원더걸스 ‘Tell Me (Sampling from “Two Of Hearts”)’
음악이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이들의 노래가 전 국민의 관심을 끌며 회자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이돌 그룹을 내세우며 상업성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대중의 숨어있던 음악적 자각을 일깨워 준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샘플링을 이용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독특한 후렴구와 그에 걸맞은 안무가 적절히 결합돼 `듣고 보는' 재미를 두루 충족시켰다. 특히 일렉트로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리프(riff-반복선율)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뽕끼'로 변주해 낸 점은 대중음악의 범용성에 대한 정의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70년대식 디스코 리듬, 80년대식 귀에 익숙한 멜로디, 90년대식 사운드, 2000년대식 멤버 구성 등의 `퓨전 조합'이 전세대를 무리없이 아우르는 구체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댄스&일렉트로닉'은 대중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장르지만, 그간 그런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실패작도 많았다. `텔 미'는 오랜만에 만난 댄스음악의 성공작이다.
김고금평 (문화일보 AM7 기자)
<최우수 힙합 - 음반> 에픽하이(Epik High) [Remapping The Human Soul]
데뷔 앨범 [Map Of The Human Soul]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타이틀의 [Remapping The Human Soul]은 이들이 지금까지 시도해왔던 힙합과 非힙합의 어울림에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DJ 투컷과 타블로가 각자 한 장씩의 시디를 책임진 이 선택은 일관성이란 측면에서도 탁월했다. 'The Brain'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CD에는 힙합의 어법에 충실한 음악을, 'The Heart'라는 제목의 두 번째 CD에는 힙합이라는 틀에서 보다 자유로운 음악들을 담아냈다. ‘白夜’,‘피해망상 pt.1’,‘희생양’,‘Nocturne’ 등에서 일관되게 이어지는 어두운 정서가 CD 1을 하나의 힙합 콘셉트 앨범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면, CD 2에서 타블로가 들려주는 음악은 힙합인 동시에 훌륭한 팝 앨범이기도 하다. 샘플링을 배제하고 만들어낸 ‘Flow’,‘Fan’,‘Love Love Love’에서의 팝적 감각은 그가 자신의 가사대로 '방송과 학벌 때문에 뜬' 게 아님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음악 경력 10년, 20년이 된 선배들이 "이제 CD의 시대는 끝났다"고 얘기할 때 이들은 무모하게도 더블 앨범을 발표했다. 이런 무모함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 이들은 이 더블 앨범을 통하여 자신들의 재능과 자신감을 증명해보였다. 이들을 바라보는 선입견을 걷어낼 수 있다면 이들은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우리가 원하던 바로 그 랩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최우수 힙합 – 노래> 드렁큰 타이거 (Drunken Tiger) ‘8:45 Heaven’
비록, 음반시장의 불황은 더욱 깊어졌지만, 2007년 한국힙합 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결과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처럼 후보작과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있어 애를 먹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이재성의 ‘기타 하나와 동전 한 닢’을 기가 막히게 샘플링했던 다이나믹 듀오의 ‘동전 한 닢’과 비트와 플로우 모든 면에서 한국힙합 스타일의 새로운 세기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센스의 ‘꽐라’, 그리고 한 해 동안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힙합트랙인 에픽 하이의 ‘Love Love Love’와 묵직한 드럼 위로 감각적인 샘플 커팅이 이루어지는 랍티미스트의 ‘Black Cancer’, 깔끔한 비트와 패기 넘치는 랩이 조화로운 키비의 ‘One Way’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선정된 곡은 바로 ‘호랑정권’ 드렁큰 타이거의 ‘8:45 Heaven’이다. 한창 물이 오른 젊은 프로듀서 콰이엇의 유려한 비트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건 드렁큰 타이거의 랩과 가사다. 힙합음악,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랩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큰 미덕 중 하나인 진솔함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척박한 가요계 속에서 힙합정신 하나로 9년을 버텨온 이 베테랑 래퍼는 이 곡에서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과장된 언어의 포장없이 표현해낸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미화가 없다. 어찌 보면 슬픔을 표현함에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표현인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이 드렁큰 타이거가 애절하게 내뱉는 랩과 더 잘 어우러지며 가슴에 진실하게 와 닿는다. 마치 문학성과 심오한 단어를 이용한 비유가 있어야만 뛰어난 랩 가사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 씬에 진솔함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역설하는 듯하다. 여느 때보다 발전된 라임과 실험적인 비트들은 많았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던 2007년 한국힙합 씬 속에서 건져 올린 ‘8:45 Heaven’의 진정성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
<최우수 알앤비&소울 – 음반> 윤미래(T) [Yoonmirae]
무려 5년 만이다. 한국 흑인음악 씬의 검은 다이아몬드 윤미래의 새로운 결과물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말이다. 그녀가 씬에서 점하는 위치는 실로 대단하다. 재미교포 출신으로 그룹 업타운의 멤버로서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그녀의 랩핑과 보컬은 수많은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녀가 소속사와 오랜 갈등을 마무리 짓고 발표한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그녀를 위한, 그녀를 위해서 나온 앨범이다. 지극히 사적인 감정들과 성숙한 의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가사나 이러한 심정을 풀어내기 위해 예전보다 감정을 절제하면서 곡의 흐름을 조절하는 보컬이 이를 반증한다. 그리고 이렇게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음악은 가수의 자위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지나온 힘겨운 시간과 오버랩되어 듣는 이와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그동안 한국 알앤비 음악이 가지고 있던 ‘사랑과 이별 강박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아름다운 행위임과 동시에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또 다른 통로를 개척한 것과 다름없다. 물론, 음악적으로도 만족스럽다. 흑인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고려한 몇몇 곡을 제외하면 소울과 펑크, 그리고 힙합의 조화가 참으로 안정적이다. 꾸미지 않아 더욱 매력적인 보컬과 대중적이면서도 소울 본연의 느낌을 잃지 않은 음악이 인상적인 ‘잊었니’를 비롯한 발성과 힘의 조절로 예전보다 더욱 고운 고음을 만들어낸 ‘Honeymoon’과 보컬, 기타, 브라스의 완벽한 구성으로 펑크의 흥겨움을 현대적으로 고스란히 재현해낸 ‘What’s Up! Mr. Good Stuff’, 그리고 소울풀하고 포근한 힙합비트 위를 흐르는 그녀의 랩이 앨범 전곡을 통틀어 가장 큰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게 하는 ‘검은 행복’ 등, 검고 아름다운 빛을 내는 보석 같은 곡들이 가득하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
<최우수 알앤비&소울 – 노래> 윤미래(T) 'What's Up! Mr. Good Stuff'
한국의 대중음악이 (힙합이 됐건, R&B가 됐건) 블랙뮤직에 대해 갖는 관심에 비해 실질적으로 자랑스럽게 나열할 수 있는 음반은 많지 않다. 더욱이 R&B라는 장르가 한국 대중음악 도처에서 도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보석 같은 R&B 뮤지션을 찾아내는 일은 하면 할수록 갈증이 날 수 밖에 없는 작업이다. 그런 까닭에 윤미래 같은 뮤지션에 대한 기대는 커 질 수 밖에 없다. [Gemini] 이후 그녀가 내는 앨범마다 발라드 일색이었지만, 그간 그녀가 다른 래퍼들과의 조우를 통해 보여준 여성 래퍼로써, 블랙뮤직 프로듀서로써의 자질은 이미 그녀의 음악본색을 느끼고도 남을 만큼 도드라졌다. 특히 이번 앨범은 윤미래에게 기대하는 블랙뮤직 마스터로써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해소한 앨범이며, 'What's Up! Mr. Good Stuff'은 그런 앨범의 중심에 서 있는 싱글이다. 'What's Up! Mr. Good Stuff'은 꼼꼼하게 잘 짜놓은 악기 구성이 만들어낸 Funk 리듬과 이 리듬을 힘있게 이끄는 보컬, 그리고 흥을 돋우는 랩이 아우러진 흥겨운 Funk 곡으로 윤미래의 ‘블랙뮤직을 다루는 솜씨’를 한껏 보여 준 싱글이다.
이호영 (음악사이트 뮤즈)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음반> 웅산 [Yesterday]
2007년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여성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말로, 웅산이 모두 앨범을 발표하며 멋진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재즈&크로스오버 음반과 노래 부문 모두 사이좋게 후보에도 올랐는데 수상은 3집인 [Yesterday]로 보컬리스트로 뿐 아니라 송 라이터로서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인 웅산에게로 돌아갔다. 1, 2집에서 재즈 스탠더드와 블루스에 기반을 둔 음악을 펼쳤다면 3집에서는 팝, 블루스, 컨트리, 포크 등 여러 장르를 재즈로 녹여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대학시절 록 밴드에서 활동하고 최근 뮤지컬과 방송 MC를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이 그녀의 카리스마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있다. ‘아무말 말아요’에서는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I Sing The Blues’에서는 트럼페터 이주한이 함께 연주를 하고 있어 완성도를 더욱 높여 주고 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웅산 프로젝트 멤버로 함께 연주한 대한민국 최고의 세션맨인 최우준, 오정택, 박철우, 김정균 등이 레코딩에도 참여해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이제 진정한 작가가 된 그녀가 4집에서는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지 벌써 궁금해진다.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노래> 웅산 ‘Yesterday’
보컬리스트 웅산은 어느새 전성기를 맞이하며 우리나라 재즈계의 가장 믿음직한 음악인 중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10년 간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한국 재즈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데, 한껏 목청 돋워 내지르던 과거의 창법에서 벗어나 어깨에 들어갔던 힘을 모두 빼고 속삭이듯 노래하는 고백조의 목소리가 되레 재즈 팬들의 더 두터운 사랑을 이끌어낸 셈이다. 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장르 부문 재즈&크로스오버의 최우수 음반으로 선정된 [Yesterday]의 타이틀곡 ‘Yesterday’는 그런 웅산의 노래 스타일과 오늘날 재즈 팬들이 보여주는 전반적인 감성의 흐름을 함께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어느새 웅산은 작곡과 작사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선보일 만큼 탄탄한 입지를 갖게 됐는데, 그녀가 만든 노래들은 다분히 신변잡기적이면서도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Yesterday’는 현재의 웅산을 상징하는 노래인 동시에, 우리 모두 가슴 한구석에 담아두었을 사랑의 그림자를 되새기게 해주는 이 시대의 명곡이다. 가장 깊은 곳에 감춰진 심금을 울렸으니, 수상은 타당한 결과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올해의 영화드라마음악> 케세라세라
좋은 OST는 어떤 형태로든 그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에 기여를 하지만, OST의 가치가 해당 영화와 드라마의 상업적 성공과 정비례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선정의 변을 시작하는 이유는 올해의 '영화드라마음악' 부문앨범으로 선정된 드라마 '케세라세라'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속 멜로라는 뻔한 소재에 매몰되지 않은 채 미묘한 감정표현과 납득할만한 결말로 소수의 드라마 매니아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드라마처럼 OST 또한 한 레이블 소속의 알만한 뮤지션들이 모여 뻔할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매력적이고 공감할만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특히 음악성 있는 뮤지션들이 모여 살짝 힘을 뺀 듯 오히려 더 즐겁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준 점은 커피프린스, 우아한세계, 삼거리극장 모두 각자의 장점이 두드러졌지만 시청율 8%의 케세라세라 OST가 올해의 영화드라마 부문 앨범에 선정되어도 부족하지 않은 중요한 요인이었다.
첨언하면 이 앨범은 몇년 전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 OST 음악감독이였던 김상헌씨와 클래지콰이 등이 다시 참여한 앨범이다. 그때는 드라마가 가장 큰 인기를 얻었고 OST 또한 훌륭했지만 '친절한 금자씨'가 그해의 영화드라마 앨범에 꼽혔는데, 이번에는 정작 드라마는 큰 인기를 얻는데 실패했지만 OST가 올해의 앨범에 꼽히게 되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의미있기도 한 결과다.
박정용 (네이버 컨텐츠기획실장, 웹진 weiv)
<선정위원회 특별상> [빵 컴필레이션 3]
2007년 한국대중음악의 풍성한 수확 가운데 상당수는 이른바 홍대앞 인디씬에서 배출된 것들이다. 홍대앞이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역동을 만들어가는 산실로 자리매김한지도 10년이 넘은 지금, 홍대 앞은 과거 언론과 산업이 성급하게 규정해버린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괄목상대할만한 자기 갱신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 가장 풍성한 장르적 다양성과, 기본에 철저하고자 하는 예술가적 자존심이 복구될 것 같지 않은 시장의 복마전을 뚫고 솟아나는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 전복의 에너지는 사실 한두 곳의 클럽이나 레이블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2007년 [빵 컴필레이션 3]이라는 더블 앨범을 내놓은 클럽 빵 공동체의 힘은 그 가운데에서도 결코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1994년부터 꿋꿋이 클럽을 지키며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해 공연을 하고 자체 음반을 제작하며 음악축제까지 열어온 클럽 빵의 뚝심과 클럽 빵을 중심으로 자신의 음악을 연마해 온 수많은 신진 음악인들의 열정이 집약된 것이 바로 [빵 컴필레이션 3]이다. 소히, 어른아이, 골든팝스, 올드피쉬, 데이드림, 무중력소년, 이장혁, 시와, 로로스, 페일슈, 도경만, 프렌지, 말없는 라디오, 나비, 이영훈, 플라스틱 피플, 굴소년단, 전자양, 피카, 빅데이커민, 미내리, 아마도이자람밴드, 흐른, 연영석, 어베러투모로우, 피들밤비, DJ안과장, 아마츄어증폭기, Green Tobacco,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림자궁전을 비롯한 뮤지션들과 제작을 맡은 김영등, 김민규, 김원구 등의 노력은 2007년 홍대 앞을 넘어서 한국대중음악에 가장 신선한 에너지를 수혈하는 구원투수의 역할을 다했다. 면면만큼이나 다채로운 싱글들의 향연은 한국대중음악 트렌드의 극점을 보여주는 리트머스이며 미래를 낙관하게 하는 어음처럼 넉넉하여 이제 구원투수가 완봉승을 거둘 날도 멀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빵 컴필레이션 3]의 특별상 수상을 계기로 이 음반을 일궈낸 이들뿐만 아니라 홍대 앞과 전국의 수많은 라이브 클럽들에서 땀 흘리고 있는 모든 뮤지션들에게 더 뜨거운 관심을 부탁하고자 한다. 이 상은 그들 모두에게 건네는 감사이며 뜨거운 격려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신중현
그가 우리 음악 문화에 선사한 풍성함에 견주어 보면 록의 대부라는 칭호는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다. 그는 트로트 중심이던 한국 대중음악에 전혀 다른 사운드와 리듬감을 가진 새로운 음악 세계가 존재함을 알려준 선구자였고 수많은 인기 가수와 히트곡을 만들어낸 음반 시장의 마이더스 손이기도 했다. 그는 단지 히트곡 작곡자로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통해 진정한 록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많은 명반들을 만들어냈다. 그가 조직했던 여러 밴드들의 역사는 그대로 한국 록 음악의 역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서구 로큰롤 음악의 특성을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리듬에 결합시킴으로써 이른바 한국적 록음악이란 게 어떤 식으로 가능한지를 알게 해 주었다. 만일 그가 없었다면 우리의 대중음악은 얼마나 공허하고 앙상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우리 대중음악 문화에 미친 영향의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해 고희를 넘긴 그는 스스로 50년에 걸친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앤솔로지 음반을 내놓은 바 있다. 세월을 뛰어 넘는 거장의 음악적 열정 앞에 이 작은 상이 부끄러울 뿐이다.
김창남 (선정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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