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탈당 선언문]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성소수자의 당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 패권주의와 이성애중심주의에 점철된 민주노동당이 더 이상 성소수자와 민중을 위한 당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며 민주노동당에서 다하지 못한 변혁적 성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찾을 것을 결의한다.
성소수자위원회는 지난 5년간 진보 운동으로서의 성소수자 운동을 만들어왔다. 민주노동당의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에 대한 대의와 믿음으로 그간의 운동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다시금 당의 패권주의가 확인되는 지금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더 이상 우리의 정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 정파가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소통을 거부하고 민주적 책임을 방기하며 오로지 천박한 다수결로만 자신들의 결정을 밀어붙일 때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소수자의 정당이 아니다. 대의원 및 중앙의원 구성부터 다수의 눈치를 보며 소수자들을 더욱 소수로 만드는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소수자와 함께 할 수 없다. 권력을 차지한 자들이 그 권력으로 소수의 입을 틀어막는다면 그것이 어찌 더 이상 진보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진보정치의 기반으로 생각했지만 민주노동당은 소수자들에게 시혜나 던지며 진보의 알리바이로만 사용해왔다.
당내 다수파는 성소수자를 동지로서 받아들이기는커녕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2004년 한 정책위의장선거 후보의 ‘동성애는 자본주의 파행적 산물’ 발언 이후 당내 다수파는 과연 이를 반성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그 결과가 2007년 범민련의 ‘동성애는 외세 침략의 산물’이라는 발언이라면 참담하다.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는 없다. 동지를 외세 침략과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 동지에 대한 정치적 살인을 말실수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패권을 제어하지 않는 민주노동당은 성소수자에게 해방은 커녕 폭력이다. 특정 정파를 막론하고 동지의 정치적 죽음 앞에 침묵한 민주노동당의 정파 카르텔 자체가 성소수자에게는 폭력이다.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소수자의 당이 아니다.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단은 이에 전원 사퇴하며,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과 탈당을 선언한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떠나 진보적 성소수자 정치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과 새로운 정치를 만들 것이다. 가부장제와 이성애중심주의가 민중의 삶을 옭아매고 소수자를 사회에서 추방시키는 이 시대에 맞서 변혁의 정치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당을 떠나며 당에 남기를 결정한 성소수자 당원들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면서,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건투를 빈다.
성소수자 탈당자 일동(38인)
제 4기 성소수자위원회 위원단 전원
위원장 최현숙, 위원 / 삶은 희망, 물이불, 한무지, 음냐, 이진우, 마고할미, 삐딱선
흐르는 물, 철이, 토크위드, 좋은 형용사, 말탱이, 엄기호, 바람편지, 꽃다지, 구스타브, 메롱마녀, 난, 아이, 겨울나무, 정유선, 사유, 가람, 화통, 조원, 청인, 칼로, 산하, 솜사탕, 이치로, 조바, 진눈깨비, 코알라, 작은 꽃, 짱구, 욱, 타리 (이상 무순)
200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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