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2010광주비엔날레(만인보_10,000LIVES)는 사람과 이미지들의 관계, 또는 이미지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폭넓은 탐구작업으로 이뤄진다.
참여작품은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작품활동을 한 30여 개국 12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특별히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신작들도 포함돼 있다. 전시는 이미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표현해낸 예술작품과 문화 창작품들로 구성되어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임시박물관으로 운영될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마시밀리아노 지오니(이탈리아) 예술총감독은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참여작가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매일 수 백만 개의 이미지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2010광주비엔날레는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들을 통해 이미지들로 얽혀진 사람들간의 관계를 고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나의 웹 사이트에서만 초당 50만개 이상의 이미지들이 업로드되고 있으며, 미국인들만 하더라도 평균 초당 550개의 스냅 샷을 찍고 있다. 또한 하나의 이미지를 재생산하기 위한 비용으로 1천 4백만 달러가 소요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지에서 위안을 찾으며, 이미지의 이름으로 전쟁을 수행한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모이고, 이미지를 숭배하고 갈망하며, 이미지를 소비하고 또 파괴한다”고 덧붙였다.
고은 시인의 동명의 연작시에서 차용한 이번 전시의 주제어 ‘만인보’는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우리 자신 및 사랑하는 이들을 대신하는 우상과 대용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지오니 감독은 “고대 신화에 따르면 이미지는 연인의 그림자를 표현하거나, 우리가 떠나 보낸 이들의 삶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제하고 “이번 전시는 초상화 갤러리 혹은 역기능적인 가족 앨범으로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와 남기고 간 이미지들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이는 장례식 동상에서 상업적 광고 이미지로, 종교적 아이콘에서 과학적 도구로,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이미지에서 우리의 욕구를 투영시킨 이미지로 등등 끊임없이 변형되는 이미지들의 족적을 추적함으로써 이미지 자체의 생명(삶)을 따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 작가의 작품과 함께 이번 전시는 이미지들을 보다 넓은 문화적 맥락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이미지의 다양한 존재를 실증하는 다양한 문화 창작품들과 발굴 사진들이 소개된다. 국제 전시인만큼, 문서, 역사유적, 예술 작품, 그리고 이미지 사이의 경계가 종종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전시 개요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중국)의 100개 실물 크기 조각물들은 전제적 지주의 손 아래서 고통받는 중국 농민들을 보여준다. 1965년부터 1974‐78년 사이에 학생들과 작가들, 그리고 쓰촨 미술 학교 교수들에 의해 제작된 이 작품은 중국 문화 혁명의 토대가 된 이미지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 전체가 고스란히 전시되는 이 디오라마 (투시도)는 예술, 정치, 집단 신념의 융합과 이미지의 교육적 및 설득적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캄보디아 투올 슬렝(Tuol Sleng 교도소)의 사진들은 크메르 루즈 학살 희생자들의 비참한 기억들을 구성하고 있다. 현대사에 있어 가장 감동적이고 윤리적으로 복잡한 이미지들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크메르 루즈 정권이 곧 처형된 교도수 수감자들의 초상화 사진을 체계적으로 찍어 놓은 것이다. 이 초상 사진들은 이제 학살의 이름 없는 생명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침묵의 목격자로 남게된 것이다.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는 이미지들이, 마치 우정이 그러하듯, 사라진 것들을 실존하는 것으로 만든다고 기술한 바 있다. 큐레이터이자 수집가인 이데사 헨델스(Ydessa Hendeles)가 편집한 거대한 아카이브는 테디베어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 3천여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이미지들을 향수 (노스텔지어)의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만인보 전시에는 예술 세계의 전통적인 테두리 밖에서 발생한 작품들로 소개된다. 모턴 바틀렛(Morton Bartlett)과 제임스 캐슬(James Castle)은 이미지와 우상을 자신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설정하여 판타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스위스 의사 엠마 쿤즈(Emma Kunz)와 중국의 샤먼 궈 펑이(Guo Fengyi)는 거의 목숨을 건 신념을 이미지의 힘 안에 불어 넣었다. 의료적 그리기와 치유적 추상화를 통해서 그들은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였다. 김옥랑에 의해 수집된 장례식 인형들은 죽음과 삶을 동반하기 위해 장례의식으로서 한국에서 사용되어진 것이다.
쟝 푸띠(Jean Fautier)의 그림과, 유스풀 포토그래피 매거진의 자살 폭탄 테러범 초상화 모음, 카타리나 프리취(Katharina Fritsch)의 조각, 히토 스테예릴(Hito Steyerl)과 리우 웨이(Liu Wei)의 비디오 등은 희생자의 이미지와 순교자의 초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임흥순은 가족 인물사진을 통해 많은 추억들과 개인을 연결시켜준다.
이미지에 사랑이라는 의미의 아이콘필리아는 종종 이미지들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감춘다. 벨로크(E.J. Bellocq)의 손상된 20세기 초의 사진들과 후앙 용 핑(Huang Yong Ping)의 부서진 부처상과 같은 작품들은 폭력과 우상파괴의 제스처들을 보여준다. 사이프리언 갤리어드(Cyprien Galliard)의 새로운 비디오는 이집트의 조각과 그 소멸을 바라본다. 함양아(Yang‐ah Ham)의 비디오는 행위자들이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며, 한편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는 신성한 조각상으로의 행렬과 순례를 기록한다.
이미지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미지들이 어떻게 조작되어 어떻게 유통되는가? 토마스 바이럴(Thomas Bayrle), 폴 샤리츠(Paul Sharits), 스탄 반 데르 빅(Stan Van Der Beek), 크리스토퍼 윌리엄스(Christopher Williams) 등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이와 같은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 예로, 카츠히로 야마구치(Katsuhiro Yamaguchi)의 1950년대 실험적 영상들은 동명의 영화에서 제목을 차용하여 보는 행위 자체가 “눈을 위한 모험”이 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시각의 메카니즘을 해체한다.
한스 피터‐펠트만(Hans Peter‐Feldmann), 톰 홀러트(Tom Holert), 세스 프라이스(Seth Price) 등은 이미지들이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지를 보여준다. 펠트만은 자신의 과장된 독백, 9월12일 제1면 에서 2001년 9월 12일자 신문들의 헤드라인 기사들을 정렬해 놓음으로서 이를 보여주고 있다. 쉐리 레빈(Sherrie Levine)과 스터트반트(Sturtevant)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모사함으로서 저작권과 소유권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한편 신로 오타케(Shinro Ohtake)는 수 천개의 잘려진 사진조각을 보아 수 십권의 스크랩 북에 배치함으로써 시각적 문화의 단편들을 재구성한다.
이미지와 미디어를 통한 자아의 구성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이다. 안드레 디 다이네스(Andre De Dienes), 김한경(Hangyong Kim), 남한 포토 스튜디오(Namhan Photo Studio), 필립 로르카 디 코르시아(Philip Lorca di Corcia), 등의 사진과 양혜규의 우리자신의 한계를 탐험하는 조각품에는 유명인사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영화감독 우 웬광(Wu Wenguang)은 우리 마을(My Village)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의 시골 노동자들에게 비디오 카메라를 나눠주고 그들의 삶을 녹화하도록 부탁하였다. 이렇게 중국의 변두리에서 수 백 시간에 거쳐 기록된 농부들의 일상 생활들 통해서 감독은 삶의 백과사전이라는 합주를 작곡하였다. 보이는 세상(Visible World)라는 작품에서 피실리(Fischli)와 바이스(Weiss)는 90 피트 크기의 라이트 테이블 위에 수 천장의 스냅 샷을 배치하여 현실을 그 웅장한 평범함으로 제시한다. 수집가 통 빙그슈(Tong Bingxue)가 발견한 60년의 초상화(The 60 Year Portraits)는 1901년부터 1968년까지 매년 자신의 초상화 사진을 찍은 예 징리(Ye Jingly)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수 많은 사진들로 가득찬 이번 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생산 기계가 되려는 시도를 한다. 프랑코 바카리(Franco Vaccari)는 그의 독창적이며 기념비적인 1972년 작품, 실시간 전시 n. 4 (당신의 덧없는 잠깐 동안의 방문을 사진으로 찍어 벽에 남기시오)에서 “이미지를 공개모집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고, 전시장 방문객들이 전시회장 갤러리에 설치된 포토 부스에서 각자의 초상화 사진을 찍어 벽에 붙여 놓도록 하였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출품된 신작들도 있다. 한국의 작가 집단 안경점(Eye Glass Shop)은 246일 동안 삶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 시각적 일기를 소개한다. 야쿱 지올코우스키(Jakub Ziolkowski)는 조지 바탈리의 눈의 이야기(Story of the Eye)로부터 영감을 얻은 60여 개의 스케치 모음을 통해 보는 행위에 함축되어 있는 관음적이고 에로틱한 긴장을 보여준다. 앨리스 콕(Alice Kok)은 자신의 비디오를 통해서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재결합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한편, 아터 즈미브스키(Artur Zmiejwski)는 시각 장애인들이 바라본 세상을 그림으로 그리는 내용의 새로운 영상을 최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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