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숙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
일시: 2008.03.03 오전 11시
장소: 여의도 국민은행 앞
최현숙 (51) 진보신당 후보가 3월 3일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다. 최현숙은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후보다. 최 후보는 이날, "독선과 거짓"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정치를 커밍아웃시키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또 "대한민국 1%를 위한 정치"가 아닌 "대한민국 100%를 위한 정치"를 펼 것이라고 선언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는 전 민주노동당 대표 김혜경, 한겨레 신문 기획위원 홍세화, MBC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 출연중인 배우 박준면, 장애여성 공감 전 대표 박김영희, 그리고 영화 감독 김조광수가 참석해 지지를 표한다. 국회의원 노회찬, 심상정, 한국 성폭력 상담소는 기자 회견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지지글을 보내왔다. 이는 기자회견장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서는 또한 최 후보의 총선 출마 의의를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50명이다.
출마 선언문 (별첨) 에서 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지상주의 정책이 소수자들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초대 각료들의 평균 재산이 38억인데다, 이들의 자녀 15명 중 13명은 해외 유학 중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정부에 5년 동안 국가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은 소수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최 후보는 더 이상 집에 갇혀있기 않겠다는 장애인들, 벽장에 숨지 않겠다는 성 소수자들, 그리고 피해자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한 정치를 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혼한 가난한 레즈비언으로서, 최 후보는 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누구보다도 잘 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최 후보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제외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위해 최 후보는 다음의 다섯 가지 정치를 제안한다.
첫째,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배타적 민족주의와 가부장제를 넘어선,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
둘째, 개인주의와 가족이기주의를 넘어선, "연대의 정치"
셋째, 개발과 경쟁의 정치가 아닌 "치유의 정치"
넷째, 세계화에 맞선 "자치의 정치"
다섯째, 사유를 넘어선 "공유의 정치"
출마 선언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에게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감히 확신합니다.
아마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는 오늘을 이렇게 기록할 것입니다.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날"이자,
획일성과 전체주의에 빠져 아집과 독선으로 얼룩져가고 있는
한국 정치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운 날이리고 기록할 것입니다.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의 일원으로서
오늘을 자랑스럽게 기억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대선에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기분으로 대통령을 찍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행복과 희망, 공존과 상생이 아니라
사기를 쳐서라도 어떻게든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는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남과 다르게 태어났거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가난하고, 이혼한, 한 레즈비언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사람이 행복하고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라면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용감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집에 갇혀 있지 않고 거리를 다니겠다고 하는 장애인들과
벽장에 갇혀 있지 않겠다는 성소수자와
피해자인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
그리고 정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제가 나선 이유는
대한민국을 커밍아웃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유례없는 독선과 거짓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살아난 경제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따로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각료들은 대한민국의 1%에 들어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평균 재산은 38억원이고,
자녀들 15명 중 13명은 외국 국적자이거나 유학중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돈이 많은 것이 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돈이 많은 것이 왜 죄입니까.
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는 준엄하게 물어야할 문제입니다.
제자 논문을 표절해서 교수직 유지에 필요한 경력을 조작하고,
위장전입과 땅투기를 통해 부동산을 늘려가서 그 재산들을 모았다면,
이들은 특권을 남용한 것이지 결코 정당한 재산가라고 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단 1%를 위한 정치를 원하십니까?
대한민국의 100%를 위한 정치를 원하십니까?
내가 1%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모든 문제는 게으르게 사는 바로 너한테 있다고 얘기하는 지도자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 지도자를 원하십니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하면서
성매매는 필요악이라고 하고,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가족이기주의에 빠져 위장전입을 40번이나 하는
그런 지도자를 믿고 지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내치는 사회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당당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더 이상 주류의 1%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그런 100%의 정치를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배타적 민족주의와 가부장제를 넘어선,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두 가지 극단적인 풍경이 존재합니다. 부유층 1%는 너도나도 이중국적과 원정출산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편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 백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 와 있습니다. 전체 결혼하는 인구 중 15%는 외국인 여성들입니다.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이어야 합니까? 여기에 있는 이 사람들입니까. 아니면 해외로 자본을 빼돌리는 저 사람들입니까? 저는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차이와 다양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활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제대로 대변해줄 국회의원은 얼마나 있습니까? 결코 소수가 아닌 세상의 절반인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은 10%에 머물러 있고, 핵가족 중심의 가족지원정책들은 변화하는 삶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과 다양한 가족구성권, 동거커플과 성소수자커플을 위한 동반자법을 만들겠습니다.
둘째, 개인주의와 가족이기주의를 넘어선, "연대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어디서나 요즘은 사회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양극화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계급간의 이동이 점점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가족 이기주의는 점차 심화되어 가고 있고, 내 아이만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생각들이 부모와 아이들을 모두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부모를 잘못 만난 탓을 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점점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전업주부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들은 고실업사회에서 방에 틀어박히고 있고, 아버지들은 집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가족제도 안에서 가족의 가치를 되살린다는 선전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유럽에서 시도하고 있는 시민연대제도 등을 적극 도입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사회연대제를 실시하여 사회적 돌봄과 연대의 기초를 만들고, 초중등 교과과정에 기초 인권 및 시민연대교육을 실시하여 토론과 합의가 가능한 "내용있는" 민주주의를 틀을 다지고자 합니다.
셋째, 개발과 경쟁의 정치가 아닌 "치유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대운하를 파고, 도시마다 랜드마크가 되는 거대한 건물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대체 누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건설회사와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문화공연 보는 것이 일상한 대한민국의 1%들일까요? 대규모 토목 사업을 진두 지휘했던 왕들은 곧 그 왕조의 패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지금 지구는 온난화의 위기, 종다양성이 무너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를 아무 것도 기획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불안은 OECD 국가 중 가장 우울증 증가율이 높은 자살을 권하는 사회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건물 중심의 문화 정책, 인간의 편의 중심의 환경 정책이 아니라 상처받은 인간성을 회복하는 치유프로그램을 공공영역에 적극 도입하여 치유의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넷째, 세계화에 맞선 "자치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저는 종로구에 출마를 결심하면서, 정치1번지라고 불리는 종로를 지역정치의 1번지로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종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사회적 혼합이 잘 이루어진 곳입니다, 종로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부유한 사람들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곳입니다. 또한 종로는 백 개의 게이바와 노인들을 위한 콜라텍과 종묘공원, 청소년들의 아지트와 이주노동자들의 문화장터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가장 오래된 역사도시이면서 가장 문화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미래도시입니다. 저는 이런 종로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종로에 살고 있는 교통약자를 위한 마을버스공영제브터 종로지역주민들의 가장 큰 소망인 쓰레기와 악취 문제, 종로구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지역커뮤니티가 살아나는 직접민주주의 정치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다섯째, 사유를 넘어선 "공유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특권층 일부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만들어낸 투기자본까지 사유재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만큼 보호되는 나라도 없습니다. 현 정부는 민영화와 경쟁을 최선의 경제정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 7%의 성장과 GDP 4만불이라는 장밋빛 약속을 한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너무 기대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OECD가입이후에도 계속 개발도상국의 틀로 성장과 경쟁 위주로만 사고하는 현 정부의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저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가지기 위해 공유되어야 할 의료, 교육, 복지 분야를 전면적으로 공유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더불어 공공 개발, 복지 개발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그에 대한 수익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그런 공유의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최현숙은 끝까지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 100%를 위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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