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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News/ST2010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과 최민식,이병헌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 김현우입니다.

<악마를 보았다> 제작과 투자를 담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이 주인공의 약혼녀가 임신초기에 비극을 당하며 시작됩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 하기 싫어서 미루고 싶었지만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어서 고민했습니다. 와이프가 임신 초기였습니다. 잔혹한 영화나 공포영화를 못 보는 마음이 약한 여자입니다. 제가 몇 달째 고민을 하고 있으니 어느 날 시나리오를 보고 시나리오가 좋으니 했으면 좋겠다고, 요즘 강력 범죄가 많아 두려운데 영화를 통해서라도 그런 범죄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응징을 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감성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Q.인사말

A.(김지운)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감정선으로는 이병헌씨, 수현역을 따라가게 만들었고 동선으로는 예측불허 막무가내, 점입가경의 경철을 따라가게 하여 시종일관 틈 없이 숨막히는 복수전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잘 전달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이병헌)
사실 저희도 지금 영화를 막 보고 나와서 서로 재미있게 봤는지 얘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고 아직 못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인 것 같고 여러분들 생각이 궁금합니다.

A.(최민식)
저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습니다. 감독님께 먼저 보여달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자제하고 극장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저도 만감이 교차 합니다.


Q. (김지운)<악마를 보았다>라는 제목을 지으신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A. 원래 제목은 <아열대의 밤>이었습니다. 당시의 배경이 여름이었는데 제작 여건상 겨울에 찍어야 했습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어쩔 수 없이 복수를 감행 하는 사람이 그 못지 않게 파멸에 가는 상황들, 자기 정신과 심신을 황폐화 시키면서까지 극단적인 복수를 감행해야 하는 사람에 초첨을 맞추던 중에, 니체의 ‘선악을 넘어서’의 구절을 우연히 발견해서 그것을 토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물을 쫓는 자는 자신이 괴물이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심연을 오래 들여다 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오래 들여다 볼 것이다.’ 는 글귀가 이 영화의 근간을 이루고 영화에 나오는 복수를 하는 수연의 상태가 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물에게 복수하려는 자와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 부조리를 영화에서 표현 하고자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 느꼈던 강렬함, 본능적인 것, 솔직함, 영화 도처에서 느껴지는 힘들을 영화 안으로 옮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제를 생각하다 보니 <악마를 보았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마를 상대 할 때 그 자신이 악마가 되는 것을 주의 해야 한다라는 것. 영화에도 나오지만 짐승을 잡기 위해 짐승이 되어야 하는 상황들을 실감나게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Q.(최민식) 상업영화 5년만에 복귀작인데, 시나리오를 선택하신 이유와 인물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요?
A. 처음에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원색적인 색깔에 반했습니다. 굉장히 많은 여백이 느껴졌습니다. 지독한 살인마 장경철이 자신보다 더한 수현이라는 인물을 만나 충돌하는데,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살인의 동기가 뭔지가 드러난 상황에서 두 남자의 치고 받는 아주 처절한 복수극이 어떤 연출에 따라 굉장히 색깔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도덕적 인과에 의한 복수극에 될 수도 있겠지만, 폭력이 점점 유희화 되어가고 폭력에 중독된 사람들의 극단적인 모습에서 뭔가 찾을 것이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제 스스로가 캐릭터를 접하면서 처음 읽었던 대본과 제 몸으로 표현하면서 그 작업 과정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어찌 보면 이때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서 가장 몰입이 덜 된, 뭔가 좀 더 테크니컬한 자세로 이 작품을 대하지 않았나 고백해 봅니다.


Q. (이병헌)약혼녀를 잃고 복수를 하는 수현 역할을 연기 하시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A.절제되고 아주 드라이한 연기를 내내 했어야 하는데 그 안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절제된 무표정의 느낌으로 희로애락, 분노, 슬픔, 복수심을 조금씩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단선의 연기 패턴이 필요했습니다. 쉽게 보았었는데 막상 할 때는 그 점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연기 중에 작은 모니터에서는 그런 표현을 보기 힘들어서 모니터링이 무의미 할 정도로 매번 잘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습니다.

Q.(김지운) 편집을 해서 청소년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편집한 구체적 부분을 말씀해주세요.
A.삭제한 시간은 1분30초 정도입니다.
그 삭제된 장면이 어떤 컷을 고스란히 들어냈다기 보다는 컷의 지속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대한 영화의 기운을 잃지 않으려고 편집을 했습니다.
와사비를 덜 묻힌 생선초밥을 먹는 느낌. 육질의 맛은 분명 있습니다. 와사비의 톡 쏘는 맛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육질의 맛은 고스란히 남겨놨습니다. 조리사가 와사비의 양을 첨 하는 것도 레시피 중의 하나고, 육질의 맛을 내는 것도 연출력이고 톡 쏘는 맛을 내는 것도 연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두 사람의 구도에서 크게 상관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을 내렸고 컷팅된 부분들이 영화의 기운들, 특히 두 분의 명 연기가 손해가 되지 않을 것 라고 판단을 해서 삭제를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종합하면 시간적으로는 1분 30여초 되며, 영화의 전체 본질이나 기운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선에서 삭제를 했습니다.

Q.아쉬움이나 불만은 없으시다는 말씀이신가요?
A.머릿속에 있는 말과 마음 속에 있는 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슴속에 있는 말은 평생 가져갈 가겠습니다.


Q.(이병헌) 제목이 <악마를 보았다>인데 악마를 본 게 최민식씨도 보았지만 자기 안의 악마를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우선 감독님은 마음속에 있는 말은 평생 가져가실 분입니다.(웃음) 저는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충분히 와사비 범벅이 된 회 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은 개인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악마인지 아니면 최민식 선배가 악마인지 묻는데 그건 보시는 분의 생각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자기에게는 해야 될 만 한 이유가 충분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많이 가는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악마성이 점점 생겨나는 부분이 수현에게서 발견됩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지금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누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 된 일이더라도 많은 사람들, 예를 들어 인터넷 문화의 안 좋은 점을 이야기 하지만 다들 하니까 보편화 되가는 것은 그렇게 나쁜 죄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도 인간의 악마성의라고 표출이며 단,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안의 수현도 자기가 저지른 일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악마성이 느껴진다고 생각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다른 영화에서 복수를 하면 관객들은 통쾌함을 느낄 겁니다. <악마를 보았다>는 대사로는 안 나오지만 본인도 피곤, 피로해 합니다. 이런 행위가 신난다, 재미난다가 아니라 자신도 힘겹게 복수를 해나갑니다. 이렇게 복수를 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갈등과 피로해 하는 이런 부분이 기존 복수 영화에 나오는 복수를 하는 사람과는 다른 감성인 것 같습니다.

Q.(최민식) 머리에서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많이 힘드셨나요?
A.보시다시피 힘들었습니다. 한 겨울에 시작해서 월드컵기간에 끝났는데 죽을 맛이었습니다. 야외에서 모기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물리적으로 격한 씬이나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격한 감정과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정신적인 피로도 쉬이 오고, 더 무겁게 짓누르고, 물론 작품을 선택하고 각오 했었지만. 그런 것들이 이중고로 힘들었습니다.


Q.(감독님) 클로즈업이 많은 이유가 있으신지요. 폭력이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인데 성과 악의 구분이 어느 순간 없어지고 관계도 잠재된 폭력성이 들켜지는 기분이 드는데 그것을 의도하신 건지요?
A. 사람들의 표정을 좋아합니다. 찰나적인 이루 말 할 수 없는 순간의 표현의 영역, 사람들의 어떤 표정들을 선호 하는 것 같습니다. 바꿔 이야기 하면,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를 보더라도 중간에 잠이 듭니다.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사의한 순간이 일어나지 않죠. 하지만 사람들의, 연기자들의 좋은 표정을 볼 때 마술 같은 불가사의한 순간들을 맞을 때가 많습니다. 또 워낙 좋은 표정을 보여주는 두 배우들이기 때문에 표정을 담을 때마다 백마디 대사보다 계속 피곤해 하는, 복수는 괴로워~ 하는 이병헌 표정, 고개를 들었을 때 시선 하나만으로도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최민식의 표정에 매료되는 순간들이 있어서 클로즈업 사용한 것 같습니다.
폭력을 다루는 영화이지만 영화의 출발은 내가 수현의 입장이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잃었다면 에서 모든 것들이 출발합니다. 여기서 보여주는 폭력적 장면도 그 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나 같아도 저런 지독한 복수를 할 것 같다. 당신 같으면 어떨 것 같은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폭력적 장면들이 상태에 대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고, 지독한 복수를 감행하는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유 없이 죽임을 가하는 남자와 이유 있는 죽임을 추구하는 자와의 충돌을 에너지로 이야기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에너지를 폭력적인 볼거리로 만들었다기 보다, 그 사람의 상태, 입장과 감정으로 만들다 보니 지독한 복수의 감정의 표현을 나온 것 같습니다. 톡 쏘는 맛 정도의 1분 30초를 덜어내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지독한 복수인데 지루한 복수가 되면 어떠나 하고 초 단위, 프레임 단위로 편집하는 거치면서 연출을 완성했습니다.
기자 분들이니 일련의 장면에서 연상이 되시겠지만 기존의 영화에서 나온 수위를 표현, 유명 영화들의 표현 수위를 따랐습니다.
고민해봤습니다. 기존의 장면들과 같은데 왜 유독 이 영화만 삭제 요청을 심하게 하셨을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의 연기가 너무 힘있고 리얼리스틱 해서 다른 영화보다 박진감 있고 리얼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도저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칭찬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Q.(김지운) 지금 시대에 비슷한 범죄가 많습니다. 나의 입장이 되었을 때부터 출발했다고 하셨는데, 법률법 상으론 합당한 복수가 안되기 때문에 수현의 행동이 일어났다고 생각이 듭니다. 범죄자들의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사형제도는 반대합니다. 제도의 이름으로 살인을 한다는 것에는 반대의 입장입니다. 이 영화의 비극은 모든 사람이 악마로 태어나진 않았다 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마무리를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역순으로 하면 더 많은 것을 시사할 것 같았는데 막판에 생긴 아이디어여서 두 분다 한국에 안 계셔서 사진들을 수급 못해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어떤 환경에 의해서 이 사람이 어느 순간에 악마로 돌변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나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인간의 존엄성으로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사형제도는 반대합니다. 사회적으로 그런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인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Q.(최민식) 5년전 <친절한 금자씨>와 <악마를 보았다>에서 연쇄 살인마를 연기하셨는데 두 캐릭터의 차이와, 두 감독님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금자씨는 짧게 , 조금 나와서 조금 목 말랐었습니다. 더 나쁜 짓을 하고 싶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원래 세 컷이었는데 박감독이 개로도 만들었다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영애씨에게 맞아서 그래도 아파도 참을 만 했는데, 이번엔 더 많이, 이병헌씨한테 맞아 아프고 징글징글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박찬욱감독님과는 술을 많이 마셨고, 김감독님과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남습니다.

Q.(이병헌) 두 분 함께 연기한 것은 처음인데 연기 호흡은 어떠셨는지요?
A. 사실 따로 연기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에만 길게 붙어 있었는데, 세트 촬영할 때 대기실이 같았습니다. 선배님이 신나게 룰루랄라 스탭들과 노시다가 제가 들어가면 바로 나가세요. 이게 영화의 캐릭터가 어쩔 수 없이 영화를 찍고 있는 동안에는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김지운) 최근 몇 년 사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영화는 기본적으로 현실을 모방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현실에 일어났던 것들, 오히려 영화가 못 따라 간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등급위원회에서 지적하는 장면들을 1,2차에 걸쳐서 대사 포함하여 7,8군데 정도를 잘라냈습니다. 그런 어떤 영화 표현에 대한 심각한 부분 때문에 모방범죄를 염려하신 부분들 때문에 잘라냈습니다. 영화를 보고 그것을 범죄를 옮긴다는 인성은, 영화와 상관없이 언젠가 그런 범죄를 할 소질을 가지고 있는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미리 방지하는 시스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인육 나오는 장면이 없는데, 기존 <씬시티>, 우리나라 영화에도 있었고, <한니발>도 있었고 최근에는 <왓치맨>에서도 인육을 개에게 던져주는 장면도 나왔고.. <친절한 금자씨>에도 나왔는데 <친절한 금자씨> 때문에 모방범죄가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창작은 현실에 대한 비약되고 고조된, 또한 극적인 반영입니다. 그것을 특별한 두 시간을 몰입 하게하는 것은 드라마와 리듬입니다. 훌륭한 연기자가 표현했을 때 오는 실감 때문에 그런 염려가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 만일 그런 범죄를 일으킨다면 그 영화와 상관 없이 그런 소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A. (최민식) 감독님의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형태, 문화의 파급력, 사회적 도덕성이 많이 회자되고 논란이 되기도 하죠. 감독님 말씀에 덧붙이자면 우리는 그야말로 우리가 숨쉬는 공기만큼이나 폭력 속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 때리고 맞고 죽이고 하는 폭력도 있겠지만 이병헌씨가 말씀하셨던 언어, 정치적 폭력 등 폭력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중독되어 가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최근 감명을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까를로비바리영화제에 갔었는데 정말 보고 싶었던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보면서 눈을 잘 안 감는데 그건 보면서 두 세 번 눈을 감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 근처 맥주집에서 주변에서 열띤 토론이 일어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좋다. 싫다. 등 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 중에 이런 끔찍한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이 이 형광물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에 가행이 된다는 협소한 생각을 버리고 이렇게 드러내 놓은 폭력을 까놓고 얘기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 촬영 후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A.(최민식)대한민국 만세였죠. 항상 그래요. 이제 마지막 촬영이구나. 이 테이크가 끝나면.. 그럴 때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어서 과연 이 작품에 최선을 다 했나 표현이 되었나. 만감이 교차하고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이 밀려오고, 자연스럽게 소주 한잔이 생각납니다..

A.(이병헌) 엔딩씩 찍고서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너무 좋아했는데 감독님 다가 오시더니 다른 버전의 엔딩을 며칠 후부터 찍게 되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느낌으로 찍었고 또 다른 에필로그도 또 찍었습니다. 김감독님과 작업하면 언제 끝날지 몰라요.
예정일은 잡혀있는데, 방학하는 초등학생처럼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좋아하다가도 감독님이 또 무슨 말을 안 하나 하고 쳐다 보게 되죠. 이번에도 세가지 정도 엔딩이 있었는데 두 번째 엔딩으로 결론이 내려진 거죠.

A.(김지운) 저는 그 많은 엔딩을 <반칙왕> 이후로 가자 짧은 회차로 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웃음) 어쨌든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영화라, 뉘앙스만 조금 달라도 영화가 확 달라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밀도 있게 섬세하게 작업을 하려 했고, 또한 불안한 부분들이 있었고, 회차 넘어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이 찍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기자에게는 고욕이죠. 다른 엔딩은 DVD에서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엔딩이 좋습니다. 세가지 중에서 지금 엔딩은 수현의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스스로 황폐해 지고 파멸되어 있는 내면을 회복할 것인지, 구원은 받을 수 있는지 그런 질문을 반영할 수 있는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표정을 좋아한다고 말씀 드린 것처럼 창고에서 천천히 나오는 이병헌씨의 표정이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장 완성된 복수를 꿈꾼, 또는 추구한 인물이 그것이 다 끝나고 나왔을 때의 무념무상의 상태를 너무나 빛난 표정을 보여줘서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A.(이병헌)사실을 말하면 보신 엔딩을 찍고 감독님이 다른 엔딩을 찍자고 해서 또 다른 엔딩을 찍었습니다. 전 지금 엔딩이 좋았는데 그래도 아주 멀리 가서 찍었어요. 감독님이 그때 찍은 것이 더 좋다고, 맨 마지막이 좋았다고 이걸로 하자고 하셨는데, 지금 감독님 이 이게 더 표정이 좋아서 이걸로 하셨다는 게 감독님이 요즘 정말 힘드신 것 같아요.(웃음)

A.(김지운)감독이 정말 힘들어요.(웃음) 여러 가지 다 생각해야 해요. 세상의 모든 감독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Q. 최민씩씨, 이병헌씨 각자 서로 인상 깊게 봤던 연기가 있으신가요?
A.(이병헌) 많은 분들이 라이벌 의식, 연기 잘하셔서 꺼려지지 않았느냐고 물으시는데요. 저는 배우, 스탭 모두 잘하기로 소문난 분들이 모여서 해야 흥행도 되고 사랑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님과 함께 해서 위안이 되고, 디딤돌처럼 의지 할 수 있는 든든한 기분이었습니다. 각자 촬영하는게 많았는데 간혹 부딪히면서 촬영을 할 때면 장난치다가도 카메라 앞에서 표정,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정말 배우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최민식 선배님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을 거예요.(웃음)

A.(최민식) 그렇죠, 우리는 프로죠. 직업, 이걸로 밥을 먹고 사니까 프로죠. 절대 자만심에서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인생자체도 그렇지만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고, 사람 때문에 행복하고, 좌절하게 되는 것의 연속이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서로 잘 맞는 사람들이 해야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프로페셔널 하고 자기 파트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거침없이 보여주는 열정이 있는 전문가, 이병헌씨, 김지운 감독 같은 동료와 작업한다는 것은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품의 결과, 흥행여부를 떠나서 일단 이병헌씨 김지운 감독, 스탭, 후배, 선배님들과 같이 나눴던 5개월의 시간이 배움의 디딤돌이 된 것 같습니다.

Q. 헐리우드 진출 등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김지운) 사실은 아직은 타진 중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다른 환경에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영화를 그만둬야 하나? 이런 일을 겪으면서 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 3일동안 계속 스팸 문자가 오더라고요 당신은 무이자로 바로 3000만원 받으실 수 있다.라는 문자 받았습니다. 감독을 그만두고 무었을 해야 하나. 상태까지 갔었는데. 어디서든 더 좋은 영화 만들려 노력할 겁니다. 다음달 정도에 미국팀들과 미팅을 할 것 같은데 순수한 상태의 미팅이니 그 후에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이병헌) <지아이조2>는 얼마 전에 시나리오가 드디어 나왔다고 하여 정확하진 않지만 내년 초에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A.(최민식) 제가 하게 되면 국내 작품이겠죠.(웃음) 아직 결정된 건 없고요. 근데 걱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어떤 여배우가 저랑 공연을 하겠습니까. 실제로는 벌레도 못 죽입니다. 여태까지 여배우와 대사를 하고 그런 영화들을 못했었는데 이번에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 때려죽였으니 다음 작품이 아주 걱정이 됩니다.(웃음) 분명이 말씀 드리는 것은 이것과는 다른 작품입니다. 결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